비축미 방출땐 가격왜곡 우려
정부, 물가고민에 쌀값 줄타기
쌀값이 1년 새 38%나 급등하면서 정부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동안 목표가에 훨씬 못 미치는 쌀값 때문에 쌀 생산농가에 막대한 변동직불금을 줘왔던 정부는 올해는 상황이 정반대로 돌변하면서 최저임금 급등에 따른 생활물가 상승에 쌀값까지 치솟자 노심초사하고 있다. 시중 일각에선 정부가 북한산(産) 석탄과 한국산 쌀을 맞교환하면서 쌀값이 급등하는 게 아니냐는 ‘쌀값 괴담(怪談)’까지 나오고 있지만 정부 당국은 펄쩍 뛰고 있다.
31일 통계청에 따르면 7월 25일 자 산지 쌀 가격은 17만7052원(80㎏ 기준)으로 지난 5일 자 17만5784원에 비해 1268원이 올랐다. 여름철 쌀 소비가 많지 않음에도 공급이 부족해 쌀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와 비교해 볼 때 상황은 판이하다. 지난해 7월 쌀 가격은 12만8500원으로 1년 만에 38%나 올랐다. 지난해 정부는 10월 초 신곡(新穀)의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기존 쌀 물량을 격리 조치하는 등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정부가 세금에서 나가는 변동직불금을 농가에 지급하지 않기 위해서 쌀 시세를 목표 가격까지 맞추는 게 중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쌀 가격이 12만 원대에 불과해 세금에서 나간 직불금 규모는 1조400억 원대에 달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쌀값 상승세 완화를 위해 지난 4월 공공비축미 8만3600t과 시장 격리곡 10만t을 시장에 방출했지만 방출 물량의 가격마저 높게 형성돼 쌀값 상승세를 막지 못했다. 정부는 보유 중인 2017년산 쌀 50만t 가운데 일부를 또다시 방출할 것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현재 2017년산 쌀 정부 비축 물량이 50만t 정도 있지만 이를 시장에 풀 경우 가격 왜곡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쌀 가격이 지속 상승할 경우 정부로선 도시 소비자들의 불만에 신경 써야 한다. 여름 폭염으로 ‘밥상 물가’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쌀 가격마저 오른다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질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특히 쌀이 다른 농산물의 가격 상승을 견인하는 역할도 하기에 농식품부로선 적정 쌀가격을 맞춰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현재로선 17만5000원 선에 맞추는 게 중요한 상황이다.
여기에 올해도 쌀 풍작이 예상되고 있다. 자칫 10월 첫째 주에 나오는 신곡 가격이 구곡에 비해 낮게 책정되는 기현상이 발생할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비축 물량을 함부로 풀지 못하는 이유다. 일각의 북한 지원설이나 향후 지원을 위해 공공 비축미, 시장 격리곡을 풀지 않는다는 것은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인 셈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소비자들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고민스럽다”고 전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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