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꽁꽁 얼어붙은 기업심리

韓銀·한경연 지수 모두 내려
“최저임금·52시간 기업 부담”


‘법인세 및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 경영권을 위협하는 지배구조 사전규제 및 연금 사회주의 강화….’

한국은행, 한국경제연구원 등 민관에서 발표하는 기업 체감경기 지표가 일제히 기록적으로 낮은 수치를 보이며 추락하고 있다. 가뜩이나 구조적인 저성장 기조가 심화하고 있는데도 기업과 기업인을 옥죄는 정부 정책마저 남발되면서 일자리 창출 주체인 기업의 심리가 꽁꽁 얼어붙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31일 한은이 발표한 ‘2018년 7월 기업경기 실사지수(BSI)’에서 전체 산업 업황 BSI가 75로 5포인트 하락한 것은 2015년 6월 9포인트 하락한 이후 최대폭이다. 당시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심리가 얼어붙었던 상황이었다. 75라는 수준 자체도 2017년 2월(74) 이후 가장 낮았다.

기업들은 주 52시간 도입, 최저임금의 잇따른 두 자릿수 인상이 경영에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응답했다. 경영 애로사항으로 제조업체에선 ‘내수 부진’(20.9%), ‘인력난·인건비 상승’(14.2%) 등을 꼽았다.

특히 인력난·인건비 상승은 한 달 전보다 2.2%포인트 상승, 한은이 통계를 조사한 2003년 1월 이래 최고로 치솟았다. 한은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이 커졌고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며 대체 인력을 구하는 기업들이 인력난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 업황 BSI가 74로 6포인트 하락했다. 제조업 BSI 하락 폭 역시 2015년 6월(-7포인트) 이후 가장 컸다. 비제조업 업황 BSI는 76으로 4포인트 떨어졌다. 지난해 10월(76)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다음 달 상황도 좋지 않을 전망이다. 한은의 전체 산업 업황전망 BSI는 73으로 한 달 전 전망보다 7포인트 떨어졌다. 한경연의 BSI 8월 전망치도 89.2를 기록하며 18개월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부문별로 봐도 내수(94.1)와 수출(94.8)에서 지난달보다 하락했을 뿐 아니라 투자(97.7), 자금(94.8), 채산성(93.0) 등 대부분의 부문이 100선 아래로 나타나 부진할 것으로 전망됐다.

기업들은 여름철 휴가로 인한 조업일수 감소 등 계절적 요인과 함께 내수 침체, 수출 둔화 등 전반적인 경기 악화를 부정적 전망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한경연은 최저임금 인상 논란과 국제유가 상승 등 기업의 비용부담 증가도 기업 심리 위축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분석했다.

7월 실적치는 89.7로 올해 2월 이후 처음으로 80대를 기록했다. 7월 실적은 고용(101.6)을 제외한 내수(93.2), 수출(92.0) 등 모든 부문이 기준치에 미달하며 2000년 이후 최장 기간인 39개월째 100선 아래에 머물며 부진이 이어졌다.

송원근 한경연 부원장은 “수출과 투자에서 전망은 물론 실적까지 부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만용·이관범 기자 my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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