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산불 ‘카 파이어’로 8명이 숨지고 10만 명이 대피하는 등 피해가 커지는 가운데 아내와 증손주를 잃은 한 노인과 임신한 약혼자를 남기고 떠난 소방관의 사연이 미국 사회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30일 CNN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북부 레딩에 거주하던 에드 블론소(76)는 이번 산불로 지난 28일 아내 멜로디(70)와 두 증손주 제임스(5), 에밀리(4)를 한꺼번에 잃었다.
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볼일이 있어 집에서 15분 정도 떨어져 있는 곳으로 왔는데 증손주로부터 ‘불이 언덕 너머까지 왔다’는 전화가 걸려왔다”며 울먹였다. 증손주들은 “할아버지, 도와주세요. 제발 빨리 와주셔야 해요. 불이 뒷문까지 왔어요”라면서 도움을 요청했다. 블론소는 “아가야, 내가 바로 곁에 있다. 조금만 버텨봐라. 할아버지가 가고 있단다”라고 답했다.
블론소는 허겁지겁 차를 돌려 집으로 향했지만 대피하는 차량에 길이 막혀 오도 가도 못했다. 차를 버리고 집으로 뛰어갔지만 멀리서 가옥이 전소되는 모습만을 지켜봐야 했다. 그는 “내 삶의 의미 3가지를 모두 잃었다. 그때 집에 가서 이들과 함께 죽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불에 탄 집 안에서 멜로디는 어린 두 증손주를 끌어안고 숨진 채로 발견돼 주변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블론소는 “아내에게 기다리라는 말 대신 대피하라는 말을 하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며 자책했다. 블론소 가족의 집은 카 파이어로 전소한 850채 가옥 중 하나다.
임신 12주차 약혼녀를 남겨둔 소방관 브라이언 휴즈(33)의 순직도 미국 사회를 슬픔에 빠뜨리고 있다. 소방관 업무에 자부심을 갖고 있었던 그는 항상 동료보다 앞서 화염 속으로 뛰어들어 진화작업을 하곤 했다. 이번에도 그는 요세미티 국립공원 인근에서 화재 진압로를 확보하다가 제때 피하지 못해 29일 사망했다. 동료인 조 수아레스는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대형 산불이 발생할 경우 몇 달 이상 집에 들어가지도 않고 화마와 싸웠다”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이번 산불로 30일 기준으로 서울시 면적의 절반 이상인 323㎢의 산림 등이 불에 탔지만 진화율은 17% 수준에 머물고 있어 앞으로 피해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