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정재찬·김학현 영장 발부
2011~2015년 퇴직 20명 취업
조직차원 관행으로…수사 확대
연봉까지 정해주며 압박 정황
檢, 기업과 유착여부 등도 수사


공정거래위원회 간부들의 불법 재취업을 알선한 혐의로 정재찬 전 공정거래위원장과 김학현 전 부위원장이 나란히 구속됐다. 공정위 설립 이후 장관급인 위원장과 차관급인 부위원장이 함께 구속된 건 처음이다.

검찰은 31일 ‘특혜 재취업’이 전직 간부의 개별 범행이 아닌 공정위 조직 차원에서 관행처럼 이뤄졌다고 보고 수사를 공정위 전반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아울러 검찰은 ‘전속고발권’을 가진 공정위가 퇴직자를 받아준 기업과 유착관계를 형성했는지도 들여다볼 예정이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구속영장심사를 통해 “범죄 혐의가 소명됐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면서 정 전 위원장과 김 전 부위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다만 신영선 전 부위원장에 대해선 “피의사실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고, 구속의 필요성과 적절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구상엽)는 기업들이 공정위 퇴직 간부들의 취업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허용한 배경에 ‘경제검찰’ 공정위의 압박이 있었는지도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 수사팀 관계자는 “(공정위 간부의) 재취업 배경에 대해서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공정위 간부로 재직 당시 퇴직 간부들을 재취업시키기 위해 민간 기업에 압력을 넣은 혐의(업무방해)를 받고 있다. 검찰은 특히 공정위가 인사 업무담당 부서인 운영지원과를 통해 공정위의 4급 이상 퇴직 예정 공무원 명단을 관리하며 기업들과 임의로 매칭시키는 등 사실상 모회사가 자회사에 직원을 ‘꽂아 넣는’ 행태를 보였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공정위 간부들의 기업에 대한 취업 알선이 ‘운영지원과장→사무처장→부위원장→위원장’ 등 순차적으로 보고된 정황도 확인했다. 검찰은 이 같은 방식으로 2011년부터 2015년 사이 공정위의 4급 이상 간부 20명 가까이가 민간 기업에 불법 취업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공정위가 이 과정에서 퇴직자들의 직급과 고시 출신 여부에 따라 연봉까지 직접 정하며 기업들에 이를 따르게 한 정황도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렇게 입사한 공정위 퇴직자들은 별다른 업무를 맡지 않은 채, 제대로 출퇴근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부위원장은 업무방해 혐의 외에 2013년 한국공정경쟁연합회 회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심사를 제대로 받지 않은 혐의(공직자윤리법 위반)와 2016년 현대차 계열사에 자신의 자녀 채용을 청탁해 취업을 성사시킨 혐의(뇌물수수)도 함께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의 전임자인 김동수·노대래 전 위원장에 대해서도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 소환 시점을 검토하고 있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이정우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