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지표의 전방위 악화가 계속되고 있다. 정부 당국이 이런저런 핑계를 대지만,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잘못된 정책에 따른 구조적 경향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통계청이 31일 내놓은 6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산업 생산과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각각 0.7%, 5.9% 하락했다. 제조업가동률도 73.5%로 0.5%포인트 떨어졌다. 같은 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75로 한 달 만에 5포인트 급락했다. 지난해 2월 이후 최저이고, 낙폭은 2015년 6월 메르스 사태 이후 최대다. 한국경제연구원이 600대 기업을 상대로 조사한 8월 BSI도 89.2로 18개월 만에 80대로 추락했다. 기업 앞에 닥친 실물지표도, 기업인이 체감하는 심리지수도 동반(同伴)해서 급락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경제는 온통 먹구름이다. 지난주 나온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소비·수출은 부진의 늪에 빠졌다. 고용참사는 몇 달째 이어지고 있다. 세계적 흐름이라면 인내하며 반등을 기다릴 수 있지만, 한국만의 현상이다. 미국·일본을 비롯해 거의 모든 나라가 성장·고용 동반 호조를 보이는 것과 정반대다. 미국만 해도 2분기 연율 기준 4.1% 깜짝 성장 속에 사실상 완전고용 상황을 만끽하는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파격 감세, 탈(脫)규제, 물불 안 가리는 투자 유치가 주효했다. 국내에선 거꾸로 정책 리스크가 근근이 이어가는 기업가정신마저 주저앉히는 형국이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 2년 차를 맞아 혁신성장의 기치를 다시 들고 규제개혁에 나선 것은 시의적절했다. 최저임금을 성장의 동력으로 삼는다는 어설픈 실험은 이미 파탄 났다. 그러나 혁신을 끌어낼 핵심 규제 철폐는 정권 지지세력의 이념 도그마에 묶여 꿈쩍도 안 한다. 요 며칠 새 나온 정책만 봐도 문 정부의 ‘기업 기 살리기’ 허구성이 드러난다. 27일에는 대기업 금융사·공익법인의 의결권을 5% 이내로 제한하는 방안이 제시됐고, 30일에는 국민연금을 통한 정부의 경영 개입이 가능해졌다. 내년도 세제개편에서는 최저임금 역풍 무마에 급급해 성장엔진 키우는 지원책은 뒷전이다. 대기업 세금은 5700억 원 더 늘렸다. 실패한 소득주도 성장은 이름만 포용적 성장으로 바꿔 존속하고, 공정경제 이름으로 기업 압박수위를 높이고, 혁신성장·규제개혁은 빈껍데기 상황이다. 경제의 기관차인 기업을 북돋워야 경제가 살아난다. 지금처럼 경기는 내리막이고 기업 옥죄기 강도는 높아간다면, 과연 어느 기업이 흔쾌히 신규 투자와 고용에 나서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