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쓰다 버리는 물건이 아닌 가족입니다.’
최근 전국 휴게소 120개소에 일제히 붙은 현수막에 쓰인 문구다. ‘엄마, 아빠! 어디 가요? 가족이라면서요…’라는 문구와 애처로운 유기견의 사진이 함께 배치된 포스터도 게시됐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한국도로공사의 협조로 지난달 19일부터 진행하고 있는 ‘휴가철 유기동물 방지 캠페인’이다. 이형주(사진) 어웨어 대표는 1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반려동물 유기 행위가 불법인 것을 미처 알지 못하는 시민이 많고, TV 프로그램 등에서도 유기동물 구조 현장을 아름답게만 묘사하다 보니 우리 사회가 동물 유기가 범죄라는 사실에 대한 불감증을 갖는 것 같다”며 “동물 유기 행위가 범죄라는 인식을 확산하기 위해 전국 휴가지와 휴게소 등에 포스터와 현수막을 붙였다”고 말했다. 이 캠페인은 추석 연휴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이 대표는 “얼마 전 한 유기견 보호소 폐쇄를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20만 명이 넘는 청원인이 몰렸는데, 누군가 버린 동물을 하나둘씩 돌보다 보니 이런 민간 보호소들이 생겨나는 것”이라며 “버려지는 동물은 많지만, 동물 유기로 과태료 처분을 받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고 강조했다.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한 점도 반려동물 유기를 부추긴다. 이 대표는 “동물을 키우다 불가피한 사유로 사육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 동물을 인수하는 보호소나 시설이 없는 실정이고, 새로운 보호자를 찾아줄 수 있는 제도도 없다”고 설명했다.
캠페인을 통한 인식 제고도 중요하지만, 유기동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생산과 판매 단계부터 더 강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 대표의 시각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개 농장’ 등이 화제가 되면서 생산업이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바뀌기는 했지만, 기준이 상향된 것은 아니고 대량생산이 여전히 허용되는 상황”이라며 “미국이나 영국의 경우 면허를 받은 소규모 사육자 외에 대량으로 동물을 생산하는 것은 불법화돼 있다”고 소개했다.
이 대표가 제안한 또 다른 해법은 중성화 수술이다. 그는 “미국도 1950∼1960년대부터 붐이 일면서 반려동물을 무분별할 정도로 많이 기르다가 1970년대부터 반려동물 숫자를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연방과 주 차원에서 중성화 수술을 정책적으로 권장했다”며 “중성화 수술을 의무화하지 못한다면 등록비를 차등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중성화 수술을 권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동물은 사유재산이나 물건이 아니라 생명을 가진 주체라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확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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