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시설서 선풍기 ‘역부족’
닭·돼지 등 집단폐사 잇달아

안개분무기 갖춘 현대화시설
기록적 폭염에도 피해는 작아
정부 ‘축사현대화’ 지속 지원


최악의 폭염으로 가축 폐사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운데 재래식 축사(사진)와 현대화 축사가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재래식 축사에서는 매일 같이 수많은 가축이 폐사하는 반면 현대화 축사는 피해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폭염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등 각종 전염성 질병에 따른 가축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축사시설 환경 개선사업이 신속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일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경북도 내 한 양계농장에서 닭 3500여 마리가 폭염을 견디지 못하고 집단 폐사했다. 이 농장은 콘크리트 벽에 슬레이트 지붕으로 된 낡은 시설에서 선풍기를 틀고 창문을 열어 내부 열을 식히는 방식으로 닭 11만 마리를 길렀다. 경북도 관계자는 “콘크리트 복사열로 달궈진 내부 열을 방출하지 못하는 열악한 환경 때문에 닭이 폐사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전북 부안군의 한 양계농장은 10만 마리를 키우고 있지만 폭염에도 하루 50마리 정도 자연 폐사하는 데 그치고 있다. 이곳은 안개분무시설이 갖춰져 있고 벽면 한쪽은 모두 환풍 시설로 돼 있다. 전북도 관계자는 “이 농장은 시설이 현대화돼 있고 동물복지인증(2016년)도 받은 곳”이라며 “실내에 방사했지만 단위 면적당 사육 밀도도 낮아 폭염에 따른 폐사는 없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1일 오전까지 가축이 폐사한 축사(345곳)에 대해 현장 점검을 한 결과, 대부분 재래식 농장으로 파악했다. 피해는 닭, 오리, 돼지 등 39만8767마리로 지난해 폭염으로 발생한 총 폐사 가축(8만4181마리)의 4.7배에 이른다. 전국적으로는 이날 오전까지 323만 마리가 폐사했다. 이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3월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AI로 살처분한 가금류(654만 마리)의 절반에 육박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축산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안전한 축산물을 소비자들에게 공급하기 위해 2009년부터 재래식 밀집 사육 등 열악한 축사환경개선을 위해 현대화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까지 전국적으로 1조5000억 원(보조금 및 저리 융자)을 투입해 매년 600∼700여 농가를 대상으로 현대화사업을 실시했다. 정부가 일부 보조금을 지원하지만 70∼80%에 이르는 융자나 자부담 비용문제로 축사시설 현대화사업을 추진한 축산농가는 전체의 절반도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폭염과 AI 등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동물복지형 축사시설을 설치하는 게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안동 = 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
박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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