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만큼 급격한 고령화를 경험하고 있는 나라도 드물 것이다.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Aging Society), 14% 이상이면 고령사회(Aged Society), 20% 이상이면 후기 고령사회(post-aged society) 혹은 초고령사회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2000년에 고령화 사회를 지나 지난해 고령사회에 진입했고, 2025년엔 초고령사회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30년에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4.3%를 차지하는 ‘4대 노인국가’가 된다. 하지만, 급격한 고령화에 대한 대비는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단적으로, 지난 10년간 65세 이상 고령층 자살률이 OECD 1위였다. 고령 인구의 건강권이 위협받아온 지금의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하면 곤란하다.
지난 6월 보건복지부는 지역 사회가 중심이 된 복지 구현을 위한 ‘커뮤니티케어 추진 로드맵’을 공개했다. 병이나 만성 질환을 앓아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지역 사회에서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1990년 커뮤니티 케어법을 제정, 지방자치단체에 포괄적 케어서비스 제공 책임을 부여한 영국과 2013년 8월부터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을 도입한 일본의 사례를 참고로 했다.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형 ‘커뮤니티케어’의 정착을 위해선 몇 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먼저, 지역 사회에서 일차적으로 건강 정보를 다루고 돌봄에 참여할 간호사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복지와 보건의료의 연계 체계가 잘 구축되어 있지 않고, 지역 사회의 보건의료 기반이 미흡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만약 각 동마다 3~4명 정도 지역 간호사가 배치돼 있으면 지역 사회와 의료 서비스를 연결시켜 줄 핵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충원한 간호사를 제대로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역 사회에서 방문 간호사업을 펼쳐 주민의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서울시의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사업에서 건강 진단, 복지·의료서비스 연계 등 핵심 역할을 수행 중인 간호사들은 계약직 신분이다. 공공 부문에서 지역 간호사를 정규직 공무원으로 채용해 1차 의료 인력 자원으로 활용하는 근본적인 패러다임 변화가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역 사회 간호사, 개원의, 사회복지사, 영양사 등 1차 의료 전문 인력 간 협력체계 구축이 필수임을 강조하고 싶다. 예를 들어, 고령자에게 자주 나타나는 만성 질환을 치료·예방하려면 식습관, 운동, 주거 환경 등 다각도에서 위험 요인을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취약 계층은 이를 스스로 관리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1차 의료 전문 인력들이 사례 관리회의를 정기적으로 열어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특히, 지역 간호사와 개원의 간 정보 교환과 소통을 지원하는 전산 체계 구축도 고려할 만하다.
양질의 간호사를 확보해 지역 사회에 배치하고 의사와 연계하는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구축하면 우리나라 1차 의료의 취약성을 크게 보완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겪을 위험을 극복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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