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대는 실험·실습 위주 교육
高비용인데 등록금은 묶여있고
정부 재정지원은 일반大 못미쳐
선진국은 국가가 직업교육 책임
예산지원·교부금 법제화 나서야
“전폭적인 재정지원과 함께 ‘고등직업교육재정교부금법’을 제정해 전문대의 고등직업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무성을 재인식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기우(68·전 교육인적자원부 차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은 2018년 전문대학의 현주소가 절박하다면서 “동족방뇨(凍足放尿·언 발에 오줌 누기)식 역량 강화로는 위기 국면을 타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6년 인천재능대학 총장에 취임한 이 회장은 지난달 1일 네 번째로 4년 임기에 들어갔다. 전문경영인 총장 16년이란 진기록이다. 136개 전문대가 속한 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도 역시 지난 6월 8일, 네 번째 선출됐을 정도로 업무추진력, 중재력, 친화력이 강점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회장을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서소문로 협의회장 집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미리 준비한 두툼한 서류에 빨간 네임펜을 들고 밑줄까지 세세히 그어가며 전문대 ‘출구전략’을 제시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회장 임기 동안 가장 중점을 둘 내용은.
“협의회장 선거기간에 개별 대학의 어려움을 더 상세히 파악했다. 무엇보다 재정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고 정부 부처 간 고등직업교육 지원 칸막이를 없애 직업교육 영역의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힘을 쏟겠다. 전문대학 중심의 고등직업교육 친화적인 대입제도 확립, 40세 이상 고졸 성인 학습자의 정원 외 입학 제도화, 수업연한 다양화를 통해 입학자원을 확보하는 한편, 협의회를 세종시로 옮겨 지방대학과 수도권대학 간의 가교가 되겠다.”
―전문대 재정 상황이 심각하다는데.
“전문대가 일반대 인문계보다 고(高)비용 체제다. 산업 현장에서 곧바로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는 인재 양성을 위해 모든 게 실험·실습 위주로 돼 있다. 그런데 등록금은 오랜 기간 묶여 있고 학령인구는 줄고 있다. 신입생 충원율에 모두 비상이 걸렸다. 4차 산업혁명 대비, 국가경쟁력 강화, 산업 수요에 맞는 직업 인재 양성 등 고등직업교육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하는데 예산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생존을 위협하는 큰 위기다.”
―전문대 차별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올해 교육부 예산을 보자. 일반대는 1조6533억 원으로 전체의 83.7%지만, 전문대는 3227억 원이다. 일반대 대비 19.5%에 그쳤다. 재학생 1인당 재정지원 수혜액도 일반대가 125만1000원이지만 전문대는 85만8000원이다. 단순히 정부 재정지원뿐만이 아니다. 평균 등록금도 일반대는 736만4000원인 반면, 전문대는 598만1000원이다. 전문대의 등록금 의존율이 일반대보다 큰데 수입도, 지원도 적다. 재정 당국이 전문대 예산을 편성할 때의 큰 틀, 기준이 전년도 예산인데 고정관념을 깨지 못하는 것이다. 현장과 괴리돼 있다. 과거 여러 차례 재정 당국 수장에게 ‘책임 있는 이들을 현장에 보내 실상을 파악한 뒤 예산에 반영해 달라’고 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이는 고등직업교육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학령인구 감소도 비껴갈 수 없는 현안 아닌가.
“이로 인해 전문대, 지방 일반대의 미충원 사태가 일반화하고 있다. 2021학년도 대학진학률을 65%로 산정하면 대입정원은 고졸 인원보다 10만 명 이상 웃돌 것이다. 이러다 보니 모든 대학이 해외 입학자원 확보 경쟁에 뛰어들었다. 국내 대학도 지난해 외국인 유학생 수가 12만3800여 명으로 전년 대비 20%가량 늘었다. 비학위과정 비율이 높은데 학위과정으로 연계하는 정책을 마련하고 표준화된 유학관리서비스 매뉴얼 보완과 함께 장학금·학자금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전문대의 전반적인 자구노력, 정부·교육 당국의 지원은 어떻게 이뤄져야 하나.
“기관평가인증을 통한 자율적인 질(質) 관리, 4차 산업혁명과 혁신성장을 뒷받침할 인재 양성을 위한 전공직무교육 개편 노력, 평생직업교육기관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 학생 수 기준으로 전문대의 국공립 비중은 2%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59%, 유럽연합(EU) 21개국 평균은 66%다. 초·중등교육과 마찬가지로 고등교육도 교부금으로 지원해 등록금 수준을 낮추고 안정적으로 재원을 뒷받침하는 고등직업교육재정교부금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 다른 나라는 직업교육을 국가에서 책임지고 있다.”
이 회장은 “올해 교육부에서 5200억 원을 혁신성장 선도산업 전문인력 양성, 선취업·후학습 활성화 등을 위한 예산으로 기획재정부에 요청했는데 반드시 전액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고등교육을 연구중심교육과 직업중심교육으로 명확히 구분하고 전문대를 비롯한 산업대학과 기술대학을 포괄하는 ‘직업교육대학’ 구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교육 당국의 대학 기본역량 진단 결과가 논란이다.
“일반재정지원, 정원 감축이 진단의 전제이므로 모든 대학이 생존을 우려해야 할 정도여서 사활을 걸었다. 하지만 결과를 보면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일반대는 진단참가대학 160개의 75%인 120개가 예비 자율개선대학이 됐다. 그러나 전문대는 133개의 65%인 87개만 포함됐다. 원래 평가에서 빠져 있던 30개 대학(일반대 27개·전문대 3개)을 포함해 선정하는 바람에 예비 자율개선대학에서 제외된 2단계 진단 대상 86개 대학(일반대 40개·전문대 46개)에서 전문대가 6개 더 많아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경기에 참여하지도 않은 선수를 포함해 순위를 매긴 것이나 마찬가지다. 수도권, 강원권 대학 탈락률이 매우 높아 권역별·전국단위별 선정비율 고려라는 원칙도 허물어졌다. 평가도 주관 평가영역인 정성 지표 비중이 높아 진단하기 전부터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었다. ‘밀실’에서 이뤄진, 정책의 실패라고 규정하는 이유다.”
이 회장은 2단계 진단 대상에 포함된 86개 중 60개의 평가가 불편부당(不偏不黨)에 어긋난다고 이의신청을 했지만, 수용 건수가 0건이었다고 했다. 객관성·공정성·신뢰성이 없어 현장에서 수긍하기 어렵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어떻게 개선해 달라고 요청했나.
“어떤 설명도 듣지 못한 채 2단계 진단을 맞았다. 자율개선대학에 뽑히지 못한 전문대는 재정, 정원 불이익은 물론, 부실대학이란 낙인(烙印)이 찍혀 깊은 정신적 상처를 입고 지역 평생직업교육센터의 역할도 차질을 빚게 된다. 전문대 선정비율을 일반대처럼 75%로 적용해 모두 13개를 추가함으로써 전체 100개가 예비 자율개선대학에 들어가야 한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