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위터 정치’의 明暗
트럼프, 시도때도 없이 트위트
9년간 하루 평균 10.37건 전송
대변인보다 먼저 민감현안 발설
국무·국방부 관료도 당황케 해
김정은 친서도 트위트로 공개
폼페이오 장관 등 실세들 참여
美 대북정책 실시간 수집 위해
韓 외교안보 전문가들도 촉각
북한이 ‘6·12 미·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한국전쟁 참전 미군 전사자 유해 송환을 결정한 사실이 알려진 7월 2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7월 26일 오후 8시 50분 한 줄의 트위트를 올렸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같은 날 오후 10시 성명을 발표한 시점보다도 더 빨랐다. 순식간에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는 2만2654번 리트위트됐고, 워싱턴의 ‘코리아 워처’인 한국 전문가들도 트위터로 뉴스를 퍼 나르느라 바빴다. 2017년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이른바 ‘트위터 정치’가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전부터 즐겨 사용하던 트위터를 국정홍보에 적극 활용하면서 트위터를 통한 ‘단문 정치’가 워싱턴에서 새로운 정치지형과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 특히 트위터가 최대 280자까지만 적을 수 있는 단문이라는 점에서 페이스북 등과 같은 다른 SNS와도 차별화된다. 뉴스 전달 방식이 신문에서 TV와 SNS를 거쳐 지금의 트위터로 이어지면서 갈수록 자극적으로 변하고 있다. 물론 간결하다는 장점은 있다. 짧은 문장으로 시선을 잡아채야 하는 ‘트위터 정치’가 인종·빈부를 둘러싼 분열상이 깊어지고 있는 미국 정치·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해 본다.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트위터 정치’ 전성기= 인터넷사이트 팩트 베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2009년 5월 4일 트위터를 처음 사용한 이후 7월 31일 현재까지 작성한 트위트는 3만5024건. 집권 2년 차에 접어든 올해는 건수도 급증, 7월 29일 하루에만 11개의 트위트를 올렸다. 때로는 새벽 5시에도, 밤 11시에도 시도 때도 없다. 취임 초기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정책이나 입장을 발표하는 것을 놓고 비판이 거셌지만, 이제는 ‘뉴 노멀(새로운 정상)’이 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트위터를 적극 활용하지 않았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도 최근 트위터 정치 대열에 입문했다. 트럼프 내각의 다른 인사들도 속속 합류하고 있다. 정치 통계·분석 사이트인 파이브서티에이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은 평균 1만6000번 리트위트되고, 1만4000개의 답글이 달리는 거대한 자석으로, 트위터는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 연설장”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트위터 정치’가 트럼프 행정부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전통적 매체인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CBS·NBC·ABC 등 지상파 방송도 트위터 계정이 있으며, ‘스타 기자’도 뉴스 작성보다 먼저 트위터에 띄운다. 역설적이게도 야당인 민주당이나 시민단체도 트럼프 대통령이 즐겨 사용하는 트위터를 이용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이민 정책에 반대하면서 시작된 ‘미국 이민·세관집행국(ICE) 폐지’ 운동에는 캐치프레이즈 앞에 트위터 사용을 의미하는 ‘샵(#)’이 붙어 있다. 이 운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숀 매클리는 최근 의회전문매체 더 힐과의 인터뷰에서 “트위터에서 성공하면 실제 세계에서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현실에서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 다 트위터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완전 구닥다리 전락한 노변정담 식 소통= 미국의 대통령은 노변정담(爐邊情談)이라는 정감 넘치는 방식으로 국민과 소통했다. 한글로 풀면 화롯가에 둘러앉아 서로 한가롭게 주고받는 이야기라는 뜻이고 영어로는 파이어사이드 챗(Fireside chat)으로 쓴다. 시작은 32대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1933년 3월 12일 은행업에 관한 담화를 시작으로 1944년까지 총 30회에 걸쳐 저녁 시간에 직접 국민에게 자신의 정책을 전했다. 친근감 있게 다가가기 위해서 ‘좋은 밤입니다. 친구들(Good evening friends)’이라는 말로 대화를 전개했다. 당시 가정마다 보급된 라디오는 노변정담을 가능하게 만든 도구였다. 그는 제1차 세계대전과 대공황에 지친 국민의 마음을 바로 옆에서 얘기를 나누듯 하면서 어루만졌다. 노변정담의 전통은 이후 대통령에게로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거의 1주일에 한 번씩 목요일에 노변정담 식으로 국민과 대화를 나누었다. 물론 형식은 영상녹화물로 바뀌었고, 채널도 인터넷으로 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국민에게 생각을 전파한다. ‘정치와 트위터 혁명’의 저자 존 파멜리는 최근 영국 일간지 가디언 인터뷰에서 “트위터는 주로 언론이 해왔던 의제 설정 기능을 할 수 있다”면서 “트위터는 기본적으로 정책 결정에 영향력 있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려는 정치인들이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매우 소규모 그룹임에도 불구하고 의제를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무책임한 공격과 양극화, 가짜뉴스 부작용= 하지만 맥락에 대한 설명 없이 특징만을 서술하는 ‘단문 정치’에는 부작용도 적지 않다. 공적 문건이나 언론과 달리 검증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무책임한 비판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보검처럼 휘두른다. 최근의 최대 공격 대상은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정부 간 공모 의혹인 ‘러시아게이트’를 수사하고 있는 로버트 뮬러 특검이다. CNN방송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뮬러 특검 수사를 ‘마녀사냥’이라고 비난한 트위터는 지난해 5월 3개였지만, 지난 5월에는 20개로 늘었다. 올 6월에는 26개, 7월에도 15개에 달한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에 대한 강박과 참모진의 의견을 듣지 않으려는 고집이 맞물리면서 뮬러 특검이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내용을 조사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트위터가 정치 양극화를 조장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댄 홉킨스 펜실베이니아대 공공정책학 교수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8월 3938명의 트위터 이용자를 조사한 결과 트위터에서 정치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하는 인사들은 ‘매우 보수적’이거나 ‘매우 진보적’ 성향이 강했다. 홉킨스 교수는 “무작위 설문조사 결과 SNS 이용자는 12%에 불과한 소수였고, 이 중에서 트위터에서 정치를 쟁점화하는 이용자들은 극소수”라면서 “정치적인 트위터 이용자들은 미국 전체보다 훨씬 더 양극화돼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뉴욕타임스(NYT) 등 기존 언론을 싸잡아 비판하는 용어인 ‘가짜뉴스’도 트위터에서 활발하게 소비된다. 트위터의 특징이 단문을 통한 빠른 전파이기 때문이지만, 보수·진보가 첨예하게 갈린 미국 정치판에서는 트위터에서 나도는 ‘가짜뉴스’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도 최근 트위터가 ‘그림자 금지(shadow banning)’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보수주의자 계정을 몰래 금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위터는 정치적 압력이 거세지자 7월 11일 ‘가짜뉴스’ 솎아내기 작업에 들어갔다. 실제로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 정치인들의 팔로어 숫자가 급감했다고 워싱턴 포스트(WP)는 전했다.
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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