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경제硏, 사례 보고서

폐쇄 밀어붙인 獨 소송 휩싸여
경제성 따진 美·日, 갈등 없어
“운영비 적어 장기가동이 이득”


경제성 상실이 아닌 정치적 이유로 원자력발전소(원전)를 조기 폐쇄하면 사회 갈등만 유발하게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31일 에너지경제연구원 홈페이지에 게재된 ‘주요국 원전 조기 폐쇄 사례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어떤 배경으로 원전 조기 폐쇄 결정이 내려졌느냐에 따라 사회적 갈등 양상이 달랐다.

원전은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은 대신 운영 비용이 적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일단 가동하기 시작하면 장기간 가동하는 게 이득이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원전 운영사는 설계수명 기간을 초과해 계속 가동하려고 노력하지만, 최근에는 승인받은 가동 기간이 끝나기 전에 원전을 조기 폐쇄하는 사례들이 생기고 있다.

그런데 보고서에 따르면 조기 폐쇄 사유는 크게 경제적 이유와 정치적 이유로 구분된다. 미국·일본처럼 원전 운영사가 경제적 이유로 조기 폐쇄 결정을 내렸을 때는 갈등 발생 소지가 적었다.

미국에서는 천연가스 가격 하락과 전력 수요 감소 등으로 원전의 경제성이 떨어지면서 2013∼2016년 원전 6기가 조기 폐쇄됐다. 이에 연방정부와 뉴욕·일리노이·뉴저지·코네티컷 등 주정부들이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발전에 대한 보조금(ZEC) 형태로 지원에 나섰다. 원전 폐쇄로 인한 일자리 감소 등을 막기 위해서였다. 정부 지원 덕에 추가 폐쇄 예정 원전 중 6기가 방침을 바꿔 계속 가동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낡은 소형 원자로여서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된 원전 9기가 2015년부터 올해 3월 사이에 조기 폐쇄됐다. 일본 정부는 원전 폐쇄로 교부금을 받지 못하게 된 지방자치단체를 위해 ‘에너지구도 고도화·전환이해촉진사업 보조금’을 신설해 지원했다.

반면 정부가 정치적 의도를 갖고 원전을 조기 폐쇄했던 독일에서는 정부와 원전 운영사 간 소송전이 벌어졌다. 2011년 원자로안전위원회가 원전 17기를 조사해 자국 내 모든 원자로가 안전하다고 보고했지만, 독일 정부는 그해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 여파로 거세진 원전 반대 여론에 편승해 에너지전환 정책을 밀어붙였다.

이에 독일 4대 전력기업은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 등을 제기하고, 탈원자력법과 관련해 헌법재판소에도 제소했다. 손배소에서는 소송을 늦게 제기했다는 등 이유로 기업이 패한 경우가 있었지만, 헌재에서는 탈원자력법이 전력사 재산권을 침해했다는 점이 인정됐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
김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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