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법원 검토수준 그쳤지만
정치권·언론 등엔 로비 의혹
상고법원 반대 국민 비난도

檢, 사법남용 의혹 수사 확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범위 확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권 남용’ 의혹을 받고 있는 법원행정처가 관련 문건 196개를 추가 공개하면서 새로운 의혹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검찰은 1일 2016년 문모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가 조현오 전 경찰청장에게 5000만 원을 건넨 혐의를 받는 건설업자 정모 씨의 재판 관련 내용을 유출했다는 의혹과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준 대법관이 ‘대일관계’ 등의 이유를 들어 자신이 내린 판결의 정당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지시를 후배 법관에게 내린 정황에 대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앞서 대법원 특별조사단이 전날 공개한 미공개 문건 196개(중복 문건 제외)는 특조단이 사법행정권 남용과 무관하다며 1차 판단을 내린 것들로 실제 공개된 문건에선 이번 사건의 핵심인 재판 거래 근거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국회 등 정치권과 언론을 상대로 전방위 로비를 벌이고 도입에 반대하는 대한변호사협회 등을 압박한 정황이 드러나 사법불신은 더욱 증폭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상고법원 추진 ‘전략 검토’ 문건 대다수 = 2015년 4월 작성된 ‘상고법원 입법추진을 위한 법무부 설득 방안’ 문건에는 “상고법원 안은 다른 현안과 비교 불가의 절체절명 과제”라며 협상 카드로 ‘영장 없는 체포 활성화’를 꼽았다. “법관에 의해 심사, 통제하는 방식에서 탈피해 수사기관에 체포에 관한 상당한 재량권을 부여한다”는 민감한 내용이 담겼지만, 해당 방안은 실행되지 않고 검토 수준에 그쳤다.

2016년 11월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뒤 작성한 ‘하야 정국이 사법부에 미칠 영향’이란 문건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로 자진해서 사퇴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개헌이 추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정 추진 동력을 상실한 정부보다는 국회가 주도하는 개헌이 이뤄지고, 야당의 입김이 상당 부분 반영될 것으로 전망했다.

◇변협 회장 고립 등은 실제 실행 = 문건 가운데는 실제 실행된 것도 있다. 2015년 4월 작성된 ‘대한변협 대응 방안 검토’ 문건에는 상고법원에 반대한 하창우 당시 대한변협 회장을 고립시켜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구체적인 전략으로 제시한 대한변협과의 간담회 개최 중단 등은 실행됐다. 2014년 9월 작성된 ‘(청와대)법무비서관실과의 회식 관련’ 문건에는 “국민들은 내 사건은 대법원에서 재판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기적인 존재”라고 언급하며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하는 국민을 비난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상고법원 관련 공청회를 앞둔 2015년 3월 작성한 ‘법사위원 대응 전략’ 문건은 법사위 의원별 특징과 대응 전략, 지역구 현안을 상세히 정리했다. 상고법원 설치에 유보 또는 반대하는 의원들을 설득하는 카드로 일부 활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부 문건에서 법원행정처가 헌법재판소를 대법원으로 통합시키거나 헌재의 위상을 정치적 조직으로 떨어뜨리기 위한 대응팀을 꾸리려고 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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