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농단 의혹이 계속 불거지는 가운데 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고영한(왼쪽부터)·김창석·김신 대법관의 퇴임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농단 의혹이 계속 불거지는 가운데 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고영한(왼쪽부터)·김창석·김신 대법관의 퇴임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 고영한·김신·김창석 대법관, 퇴임식서 쓴소리

“현재 상고사건 너무 과다
상고법원 도입 노력한 것뿐”

“자신만 옳다고 집착하면
법치국가 가치서 멀어져”


법원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연일 혼란에 휩싸이고 있는 가운데, 고영한·김신·김창석 대법관이 1일 퇴임식에서 “사법에 대한 신뢰가 더 이상 무너지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는 소회를 밝혔다. 김명수 대법원장을 겨냥한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들 대법관 3명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정점에 서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함께 대법원에서 근무한 기간이 상당 부분 겹친다.

이날 퇴임사를 통해 최근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재판거래 의혹에 대해 누구보다 강한 불쾌감을 드러낸 건 김신 대법관이다. 김 대법관은 “최근 대법원 재판이 거래의 대상이 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국민에게 큰 실망과 충격을 드리게 되어 참담한 마음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면서도 “대한민국 대법관들이 무슨 거래를 위해 법과 양심에 어긋나는 재판을 하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히 확인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 대법관은 또 “여러분께서도 잘 아시다시피 현재 대법원에 상고되는 사건이 과다해 대법원이 본래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는 상황에 도달해 있다”면서 “사법부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국민 여러분과 정치권에서도 상고제도 전반을 잘 살펴서 적절한 대안을 시급히 마련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지적했다. 이는 상고심 적체의 문제점을 꼬집으며, 상고법원 도입 등 양 전 대법원장 체제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던 일들의 불가피성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법관은 마지막으로 “존경하는 대법원장님을 중심으로 법원 가족 여러분께서 지혜를 모아 지금의 어려움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시고, 국민으로부터 크게 사랑받고 존경받는 대한민국 법원을 만들어주시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최근 사법행정 문건 공개 등으로 사법부 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김 대법원장에 대해 결자해지를 주문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검찰의 사법부 수사에서 주요 대상으로 지목된 고영한 대법관도 “제가 법원행정처장으로 재직하던 시기에 제 부덕의 소치로 인해 법원 가족은 물론 사법부를 사랑하는 많은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심적 부담감을 표현했다. 고 대법관은 “늦었지만 사법 권위의 하락이 멈춰지고 사법에 대한 신뢰가 더 이상 무너져 내리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창석 대법관은 “다원화된 사회에서 서로 다른 입장에 서 있는 사람들끼리 오직 자신들의 의견만이 올바르고 정의롭다고 외치는 경우를 볼 수 있다”면서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정의의 관점에만 집착하면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자유민주주의와 법치국가의 가치에서 멀어져 간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고 지적했다. 법원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하는 재판거래 의혹에 대해 “이념적으로 교조화됐다”는 비판과 맞닿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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