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단 “종헌·종법 절차 따라야”
적폐청산연대 “수용할수 없어”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설정(사진) 스님의 퇴진이 기정사실화됐으나, 종단개혁을 둘러싼 대립이 본격 전개될 조짐이다. 종단개혁의 주체와 내용을 놓고 종헌·종법의 절차에 따라야 한다는 현재 종단의 실세와 근본적인 혁신을 요구하는 반대 세력 간에 줄다리기가 이달 중에 팽팽하게 전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계종 교구본사주지협의회장 성우 스님은 1일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16일 개최하는 임시중앙종회 이전에 용퇴하시겠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총무원장 선거 당시부터 제기된 사생활 의혹이 해소되지 않고 설조 스님이 40일 넘게 퇴진을 요구하는 단식을 벌이는 등 압박이 이어지자 내린 조치였다.
설정 스님이 퇴진 시한으로 밝힌 16일은 조계종 임시 중앙종회가, 이에 앞서 8일에는 원로회의가 개최된다. 설정 총무원장은 자신에 대한 불신임 결의를 막고 종헌·종법에 따라 퇴진하는 모양을 갖추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조계종은 총무원장이 사퇴하면 총무원장 권한대행을 총무부장이 맡아 60일 내 총무원장 선거를 치러야 한다.
성우 스님은 이날 설정 스님의 퇴진 일정을 밝히며 “교구본사주지협의회는 23일 일부 세력들이 개최하려는 승려대회를 인정할 수 없으며 적극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향후 새 총무원 집행부 구성을 현행 종헌·종법대로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총무원장을 선출하는 선거인단은 종회의원과 교구본사 선거인단으로 구성된다. 총무원장만 바뀔 뿐 사실상 종단 자체는 별다른 변화가 없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총무원장의 퇴진과 종단 혁신을 요구해온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를 비롯한 재가자·시민단체는 이 같은 일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총무부장을 비롯한 종단의 교무직이 사실상 자승 전 총무원장의 핵심 측근이고, 선거인단 역시 자승 측이 3분의 2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민연대 김영국 상임대표는 “종단을 장악한 자승 전 총무원장 세력의 의도대로 새 집행부를 다시 구성하겠다는 계획”이라며 “시민연대가 이를 막을 방법은 없지만, 촛불법회를 이어가며 이를 지속해 알려 나가고, 전국승려대회에 기대를 걸고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교구본사주지협의회가 각종 의혹이 불거진 설정 스님을 뽑은 종단의 실세인 만큼 먼저 참회가 있어야 했다”고 말했다.
시민연대는 총무원장 선거의 직선제 종헌개정, 사부대중이 골고루 참여하는 종단 구성, 투명한 재정집행의 장치마련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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