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회평 논설위원

소비자물가지수는 460개 주요 품목의 가중치를 환산한 등락이다. 전기요금은 전세·월세·휴대전화료·휘발유 값에 이어 그 비중이 5위다. 가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1982∼2015년 국내 소비자물가가 274% 상승한 동안 전기료는 49%만 올랐다.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가 지난달 낸 보고서에서 한국 가정용 전기료는 조사 대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8개국 중 두 번째로 낮다. 그런데도 지금 전기료를 둘러싸고 국민이 폭염처럼 끓고 있다.

전기도 상품이다. 그래서 전기세(稅)가 아니라 전기료다. 한데 묘한 상품이다. 시장에서 요금은 사용한 만큼 낸다. 아니, 많이 쓸수록 깎아주거나 덤을 챙겨주는 게 상거래 기본이다. 그러나 전기에 관한 한 다소비자가 되레 덤터기를 쓴다. 3구간으로 나뉜 사용량에 따라 3배까지 더 낸다. 2016년 개편 전에는 6구간, 11.7배로 더 심했다. 대부분의 나라는 누진제가 없고, 있다 해도 미국(1.1배) 일본(1.4배)처럼 미미하다.

1974년 누진제를 도입한 건 에너지 과소비를 막고 저소득층 부담은 덜자는 취지였다. 그 전제는 이미 깨졌다. 석유파동은 진작 끝났다. 같은 에너지 요금이지만 도시가스엔 누진제가 없다. ‘전력 저소비자 = 저소득층’이란 등식도 옛 얘기다. 2016년 기준 1·2인 가구는 54%를 넘는다. 소득이 많은 싱글족이나 무자녀 부부가 취약계층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누진 6단계 시절 1구간 사용자의 94%는 1·2인 가구였고, 기초생활수급자는 겨우 0.6%였다.

정부가 또 전기료를 깎아줄 모양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과 2016년 여름 두 차례 시한부 세일을 한 적이 있다. 누진율이 더 높았던 당시 에어컨 사용을 늘렸다가 ‘전기료 폭탄’을 맞은 사례가 속출했다. 민심이 흉흉해지자 서둘러 땜질 처방에 나선 것이다. 지금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누진제를 폐지하라”는 요구가 수백 건 올라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제한적 특별 배려’를 주문한 만큼 서민을 우선 챙길 모양이다. 누진제 개편은 뒷전이다.

그러잖아도 수요예측 실패로 전력불안이 고조된 상황이다. ‘전기를 마음껏 써도 좋다’는 식의 메시지는 위험하다. 가장 값싼 원전을 배척하며 전기료를 내릴 여지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전기료에 관한 한 빈부 논리는 인식오류다. 속 보이는 포퓰리즘보다 누진제 철폐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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