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재정은 건국 초기 참으로 초라한 모습이었으나 개발연대에 높은 경제성장에 힘입어 비교적 건실하게 운영됐다. 외환위기 때는 위기 극복의 버팀목으로 그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고 오랜 세월 동안 상당히 양호하게 재정건전성을 유지해 왔다. 그러던 그 재정건전성에 대해 최근 많은 전문가가 크게 우려하고 있다. 모든 대외적 여건이 현재와 같이 유지되더라도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혁신성장 정책이 계속된다면 오래지 않아 우리 경제는 걷잡을 수 없이 급격히 쇠락할 것이다. 그 결과 재정건전성이 크게 훼손돼 다시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등 재정과 경제가 악순환하면서 후손들에게 엄청난 재앙을 물려줄 것이다.
사실 내년도 예산안이 아직 제출되지 않아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수준을 가름할 수 없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발표한 세법개정안만 봐도 향후 재정건전성이 크게 우려된다. 왜냐하면 내년 세수가 금년 세수보다 적게 징수된다는 것이 정부의 예측이기 때문이다. 내년의 경우 종부세 과세 강화 등으로 9386억 원의 세수 증대가 예상되나 엄청난 감세정책으로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 세 세목에서 모두 4조2196억 원의 세수 감소로 인해 결과적으로 내년도 조세수입이 3조2810억 원 적게 징수된다는 것이 정부의 발표다. 정부는 작년 세법 개정 시 향후 5년간 23조6000억 원의 세수 증가를 예측했는데 올해 세법 개정에서는 향후 5년간 12조6000억 원이나 세수 감소를 예측하는바 참으로 극적인 반전이다.
세수 감소는 기본적으로 조세지출 즉 조세감면의 확대와 낮은 경제성장률 때문이다. 정부는 ‘공평하고 정의로운 조세정책’을 목표로 ‘소득분배를 개선한다’는 명목으로 전례 없는 수준의 조세감면정책을 펴고 있다. 출범 이래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를 위해 엄청난 재정지출 확대정책을 펴 왔는데 예산 팽창이 눈에 크게 띄자 이제 같은 목적을 위해 상대적으로 눈에 적게 띄는 조세감면 확대로 전환했다. 그나마 정부가 예측한 세수 감소는 정부의 낙관적 경제성장에 기반하고 있는데 만약 실제 성장이 예상보다 밑돌면 세수 감소가 더욱 확대될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발표될 내년도 예산안에서 엄청난 세출 증대가 예상돼 재정건전성은 더욱 위협받게 된다.
비단 조세정책뿐만 아니라 모든 정부정책의 평가는 목표의 정당성과 달성 가능성 그리고 목표와 수단 간의 정합성 관점에서 평가할 수 있다. 세제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국가운영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는 것이다. 따라서 국고조달이라는 목적이 달성된다는 전제하에서만 공평성, 효율성, 성장 등의 정책 목표가 추구돼야 한다. 좌파정권으로서는 공평성을 우선시하는 지출정책과 조세정책을 기치로 내세울 수 있을 것이다. 공평·효율·성장이 균형 있고 조화롭게 추구돼야 한다. 공평만의 지나친 강조는 패착이다. 일자리 창출은 기업이 투자를 통해 이뤄야지 정부가 예산을 통해 하려 하면 예산 낭비만 초래한다.
고도성장 이래 우리 경제는 세계 경제보다 항상 성장률이 높았다. 두 좌파 대통령의 경우에만 낮은데 노무현 정부 시절 세계 경제가 4.8% 성장할 때 우리 경제는 4.3% 성장했으며, 올해의 경우 세계 경제가 3.9% 성장하는데 우리 경제는 2.9% 성장을 예상한다. 세계와 우리의 성장률 격차가 1%포인트나 된다. 현 상황으로는 2.9% 성장만 해도 다행이다. 더 늦기 전에 경제정책과 재정정책 기조를 두고 새로운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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