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기본수당 2만원 늘었지만
공판참여·서면제출 수당 삭감
업계 “건당 67만원 → 39만원”
변호사 90%“적정액수 아니다”
법무부 “수요 늘어 예산 한계
문제점 있다면 추가 보완할것”
법무부가 예산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피해자 국선변호사 보수를 절반 수준으로 내리면서 성폭력·아동학대 범죄피해를 본 서민들에 대한 법률 지원이 위축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피해자의 보호와 지원을 위해서는 피해자 국선변호사가 기울이는 노력과 시간에 상응하는수준으로 보수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성폭력·아동학대 범죄 피해자의 추가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국선변호사 인력과 권한을 확대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보수 절반 수준으로 감액 = 법무부가 5월 전국 피해자 국선변호사들에게 발송한 ‘피해자 국선변호사 보수기준표’ 개정안에 따르면 피해자 국선변호사들이 받는 보수는 기본수당 2만 원이 추가되는 대신 수사·공판 절차 참여 수당은 기존 10만∼40만 원에서 10만∼20만 원으로, 서면 제출 수당은 최대 20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감액된다. 해당 보수기준표는 5월부터 적용됐다.
재량적인 증감 기준은 기본 보수액의 50%로 한정하고 전화 상담 보수는 없앴다. 기존에는 피해자 국선변호사가 수사 절차 추가 참여 시에는 보수기준액의 40%, 공판 절차 추가 참여 시에는 30%, 추가 서면 제출 시에는 20%의 범위 이내에서 재량 증액이 됐는데, 개정 후에는 수사·공판 절차 추가 참여 및 추가 서면 제출 시 1회당 보수기준액의 50%가 일괄 지급되도록 기준이 변경된 것이다.
변호사 업계는 이로 인해 국선변호사들이 피해자에게 법률 지원을 하고 받는 보수는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새로운 보수기준표를 적용할 경우 최대 보수지급액이 240만 원에서 94만 원으로, 건당 보수지급액은 평균 67만 원에서 39만 원으로 절반가량 감소할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피해자 국선변호사 보수가 절반으로 깎이면 피해자 법률 지원이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전국 회원을 대상으로 7월 4일부터 10일까지 실시한 ‘변호사 보수 실질화를 위한 실태조사’ 결과에서 서면 제출 시 최대 10만 원, 수사·공판 절차 참여 시 10만∼20만 원 사이인 현행 피해자 국선변호 보수가 적정하다고 응답한 회원은 80명(9.3%)에 불과했다. 조사에는 변호사 864명이 응했다. 응답자의 절대다수인 784명(90.7%)은 ‘적정하지 않다’고 대답했다.
대한변협 등 변호사단체들은 “(보수를 절반 수준으로 낮춘 것은) 열악한 상황에서도 사명감으로 묵묵히 일하는 피해자 국선변호사의 사기를 꺾는 일이라며 지나친 보수 삭감은 피해자의 인권 옹호라는 제도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예산 부족이 보수 감액의 이유 = 법무부는 예산이 부족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올해 국선변호사 보수로 편성된 예산은 25억 원으로 지난해 대비 동결됐지만, 피해자 지원 건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법무부는 “최근 3년간 피해자 국선변호사 지원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는 반면 수당 지급 예산은 계속 부족한 상태”라며 “보수기준 개정은 불가피했다”고 해명했다. 법무부가 최근 2년간 연속적으로 피해자 국선변호사 관련 예산의 추가 증액을 요청하자 재정 당국이 보수지급 기준의 적정화를 요청했고, 올해 예산 추가 증액을 위해 보수지급 기준 개정이 불가피했다는 것이 법무부의 설명이다.
법무부는 피해자 국선변호사에게 지급하는 액수가 절반가량 줄어드는 것도 아니라고 반박한다. 법무부는 “기본수당 및 상담 보수액 제한을 신설하고, 추가 절차 참여 시 재량 증액 범위를 일괄 상향해 직접적 절차 참여에 높은 비중을 두도록 했다”며 “‘피해자 국선변호사 보수기준표 개정안’에 기재된 수치는 2017년 1월 모 지검의 지급 사례 100건에 대해 개정 기준을 시뮬레이션한 수치로, 검사의 재량 증액은 반영되지 않은 수치”라고 밝혔다. 연간 지원 건수가 2만 건에 달하는 상황에서 100건에 대한 시뮬레이션 수치만으로 전체 지급액이 절반가량 감소한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 법무부의 설명이다.
법무부는 “성폭력·아동학대 범죄 피해자를 지원하고자 하는 제도의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도록 피해자 국선변호사 수당 예산을 증액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며 “보수기준 개정 후 일정 기간 시행 경과를 살펴 문제점이 있다면 추가 개정을 통해 보완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인력·권한 확대 필요 = 국선변호사 인력과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법무부에 따르면 6월 기준 전국 검찰청 등에 등록된 피해자 국선변호사 규모는 650명(전담 17명·비전담 633명)이다. 전국에 배치된 아동·성폭력 피해자 전담 국선변호사는 17명이며, 이 중 5명이 성폭력 및 가정폭력 피해자 지원기관인 해바라기센터에 배치돼 있다. 현재 전국 5개 해바라기센터에 배치된 국선변호사를 전국으로 확대 배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피해자의 고소장 제출이나 피해 진술 이후 국선변호사가 선정되는 경우가 많아 효과적 법률 조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폭력·아동학대 사건에서 피해자의 최초 진술은 그 자체로 매우 중요하고 추후 이를 번복하거나 다른 주장을 하게 되면 진술의 신빙성에 엄청난 타격을 주는 경우가 많다. 피해자가 최초 피해 진술부터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국선변호사를 신청할 권리에 대해 수사기관이 적극적으로 안내해야 하는 이유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성폭력이나 아동학대 신고 건수 5만277건 가운데 국선변호사를 신청한 경우는 16.5%인 8291건에 불과했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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