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충신 정치부 부장

‘기무사 계엄 문건’ 논란이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장관 측의 ‘위증 교사’에 격분했다는 100기무부대장 간의 낯뜨거운 설전과 하극상 논란으로 이어지더니 여야 간 ‘쿠데타 비호세력’ 공방으로 비화하고 있다. 가히 점입가경이다. 쿠데타 실행 음모가 정말 사실이라면, 정권 교체 후 1년이 지나도록 청와대와 국정원은 낌새도 눈치채지 못하고, 국방부 장관 발언대로라면 ‘위중함을 알았지만, 선거를 의식한 정무적 판단’으로 청와대에 제대로 보고도 안 한 셈이다. 명백한 직무유기다. 군사 지식에 어두운 일개 시민단체가 비밀문건을 흔들며 기자회견을 한 지 4개월이 지나도록, 출범 1년을 넘긴 정부가 쿠데타 낌새조차 몰랐다면 국정운영 능력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는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비핵화 협상은 걸음마도 못 뗀 예측불허의 ‘불안한 평화’ 속에, 시대착오적인 쿠데타 논란이 최악의 폭염을 무색하게 하는 ‘분열과 갈등의 용광로’가 돼 온 국민을 질식시키고 있다. 중심을 못 잡고 갈팡질팡하는 대한민국 안보의 현주소다.

이번 기무사 사태를 촉발시킨 것은, 올해 3월 8일 박근혜 정부 군수뇌부의 ‘촛불시위 무력진압’을 주장한 시민단체인 군인권센터였다. 수도방위사령부가 2016년 11월 9일 작성한 대외비 문건인 ‘○○○시위집회 대비계획’이 내란예비음모이자 친위쿠데타라 주장하며 폭로전에 불을 지폈다. 국방부 감찰실 조사 결과 “관련 법령 지침 계획 등의 범위 내에서 만들어진 대응지침으로 위법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그때부터 전 정부 군수뇌부는 ‘구제불능의 쿠데타 DNA’를 가진 적폐세력으로 낙인찍혔다. 2016년 11월 3일 기무사가 작성한 또 다른 문건에 따르면, 수방사 대외비 문건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국면별 대비방안’으로 ‘하야(탄핵) 시’ ‘시위대 청와대 점검 시도 시’ ‘계엄 선포 시’ 등 세 경우에 대비한 준비계획 필요성을 적시했다. ‘시위대 청와대 점거 시도 시’ 경호실이 청와대 방호계획을 세우고,‘하야·탄핵 시’ 기무사는 계엄법 제10조 규정 등에 따라 대전복(對顚覆) 임무 위기관리 격상을 건의했다.

기무사가 정치개입과 민간인 사찰 논란에 수시로 휩싸이는 것은, 군통수권을 보좌하는 대전복 임무 탓이 크다. 박정희 대통령 때 내부 쿠데타 방지용으로 초헌법적인 대전복 임무를 부여받은 군 정보기관은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괴물이 되고 말았다. 기무사가 탄핵 비상 정국에서 오지랖 넓게, 계엄 관련 문건 작성으로 월권 논란을 자초한 것은 이 때문이다. 기무사의 대전복 임무는 양날의 칼이다. 잘 쓰면 국가와 군통수권자를 누란의 위기에서 건져내는 구국의 영웅이 될 수 있다. 칼을 까딱 잘못 놀리다간 쿠데타 세력으로 몰려 만고의 역적이 될 수 있다. 기무사 개혁위가 법령을 원점에서 검토하는 조직 해체 수준의 개혁안을 내놓은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기무사가 정치개입 논란에서 근본적으로 벗어나려면 대전복 임무를 군 검찰·판사·헌병 등으로 분산시키거나, 국정원 또는 별도 헌법수호기관을 만들어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군이 정치의 굴레에서 벗어나 국방·방첩·보안 업무에 전념하도록 하는 것은 정치권의 책무다.

csjung@
정충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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