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공작’(감독 윤종빈)의 주연을 맡은 배우 황정민(사진)은 ‘액션 없는 첩보물’인 이 영화가 여름 시즌용 ‘텐트폴 영화’(흥행성이 확실한 작품)의 틀은 갖추지 못했지만 실화를 기반으로 한 이야기로, 관객을 매료시킬 거란 확신을 드러냈다. 8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1997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안기부가 벌인 북풍 공작 사건을 바탕으로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불린 대북 공작원의 활약과 고뇌를 그렸다. 북한 핵개발을 둘러싸고 한반도 위기가 고조된 1993년 안기부로 스카우트된 정보사 소령 출신 박석영(황정민)은 북핵의 실체를 캐기 위해 북한 고위층 내부로 잠입하라는 지령을 받는다. 대북 사업가로 위장한 박석영은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 외화벌이를 책임지고 있는 리명운(이성민)을 만나 두터운 신뢰를 쌓고, 북한 최고 권력층과의 만남에 성공한다. 하지만 대선 직전 남북 수뇌부 사이에 은밀한 거래가 오가는 것을 알아차린 박석영은 갈등에 휩싸인다.
황정민은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흑금성 사건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은 마음으로 출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런 일이 있었는데 어떻게 그냥 지나쳤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나리오는 평면적이었지만 감독님이 ‘모든 대사와 장면을 액션신처럼 다이내믹하게 풀어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구강 액션’이란 말이 나왔어요. ‘박석영과 흑금성을 1인 2역으로 소화하면 되겠지’ 하며 쉽게 생각하다가 뒤통수를 맞았어요. 첫 촬영부터 꼬였죠. 나름 긴장감 있게 연기했는데 뭔가 잘 안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성민 형에게 ‘나 이거밖에 안 되니까 도와달라’고 털어놓았죠. 배우들끼리 그런 말 잘 안 하는데 방법이 없더라고요. 그렇게 성민 형과 호흡을 맞추며 산을 하나씩 넘었죠.”
하지만 박석영의 신념을 묵직하게 풀어내며 첩보물의 재미를 얹는 일이 쉽지 않았다.
“고민 많이 했어요. 할리우드 첩보물(‘미션 임파서블’을 얘기하는 듯)은 주인공이 가면을 벗으며 ‘빠라밤∼ 밤밤밤밤’ 하고 음악이 나오면 다른 사람이 돼 있잖아요. 근데 저는 뚜렷한 장치 없이 암호명을 가지고 공작원으로 사는 사람의 내적 변화를 섬세하게 보여줘야 했어요. 관객이 그런 변화를 느끼며 흥미진진하게 몰입하게 하려고 공을 들였어요.”
그는 지난해 여름 ‘군함도’가 부진한 성적을 거둔 것에 대해 “마음을 추스르기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한국 영화에는 황정민밖에 없다’는 비아냥 섞인 말도 그를 힘들게 했다.
“‘내가 정말 모자라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열심히 하지 말란 말인가’ 하는 생각도 했고요. ‘공작’ 촬영 끝내고 1년 넘게 쉬다 보니 오히려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그렇게 얘기하는 사람들은 한국 영화 중 제 영화만 본 거잖아요. 저를 믿고 계속 보다 보면 지겨워질 수도 있죠. 그래서 계속 다작(多作)의 길을 걷기로 했어요(웃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