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裝幀·책 겉장 등의 꾸밈새)이란 말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일제강점기부터 전문적인 ‘북디자이너’가 등장했던 1980년대 이전까지는 주로 근현대 화가들에 의해 도서 장정이 제작됐다. 당시 화가들은 출판사나 신문사로부터 의뢰를 받아 지속적으로 장정을 했으며, 때로는 친하게 지내며 서로의 예술세계를 교류했던 문인들과의 인연으로 표지나 삽화 등을 맡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 시기의 장정 도서들은 상업적 측면을 고려한 디자인보다는 화가들의 작품 세계가 반영돼 각각의 고유한 화풍이나 개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경우가 많았으며, 한 작가의 장정이지만 책의 성격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을 보여주는 장정들도 있었다.
성북구립미술관은 9월 9일까지 ‘책 속의 화가’전을 개최한다. ‘2018 책의 해’를 맞이해 기획된 이번 전시는 한국 근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화가들의 장정과 삽화를 중심으로 화가와 책의 관계를 다각도로 보여준다. 전시에서는 1930년대부터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 근현대를 대표하는 화가 30여 명의 표지 장정, 삽화 등으로 이뤄진 단행본, 문학잡지, 아동도서 등 총 320여 권을 선보인다. 또한, 주요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삽화 원화, 드로잉 및 유화 등 대표작품 40여 점도 함께 전시된다.
제1전시실에서는 고희동, 길진섭, 김용준, 김환기, 정현웅 등 일제강점기부터 본격적인 장정가로 활동하기 시작한 1세대 화가들의 특별 전시공간을 포함해 남관, 박서보, 변종하, 백영수, 서세옥, 윤중식, 이응노, 장욱진, 천경자의 작품 및 장정 도서, 삽화 등이 전시된다. 제2전시실에서는 김영주, 문학진, 송영방, 우경희, 이준, 이만익, 최영림의 작품과 장정 도서들이 전시된다. 특히 제2전시실에 마련된 아동 관련 공간에서는 한국 현대 소설가, 시인 등이 글을 쓰고, 화가들이 삽화를 그린 그림책 40여 권도 함께 전시된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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