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택 화백의 펜화인 담양의 소쇄원(왼쪽)과 일본 나라현의 호류지 금당 및 5층탑 복원도. 복원도는 창건 당시인 아스카시대의 모습 그대로 재현됐으며 현재 호류지에는 나라시대에 일부 보수된 것이 남아 있다. 수림문화재단 제공
김영택 화백의 펜화인 담양의 소쇄원(왼쪽)과 일본 나라현의 호류지 금당 및 5층탑 복원도. 복원도는 창건 당시인 아스카시대의 모습 그대로 재현됐으며 현재 호류지에는 나라시대에 일부 보수된 것이 남아 있다. 수림문화재단 제공

- 日 도쿄 ‘김영택 펜화전’ 성황

고건축물등 40여점 작품 전시
日 예술계 거물들도 잇단 감탄

“호류지 등 日 사찰 건축물 속
백제·신라의 기술 담겨 있어
비슷하지만 민족특성도 뚜렷”


“일본 고건축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백제·신라 시대 건축문화의 원류가 각종 전란으로 훼손된 우리 건축물과 달리 시텐노지(四天王寺), 호류지(法隆寺) 등 사찰 건축물에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건축물 기록 펜화 장르를 개척, 국내 화단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점하고 있는 김영택(아래 사진) 화백이 일본 도쿄(東京) 시내의 한국문화원에서 ‘김영택 펜화전’을 21일까지 연다.


일본 화단에서는 건축물 펜화 장르가 생소해 우리 고건축물 펜화 15점과 일본 고건축물 펜화 14점 등 모두 40여 점의 펜화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를 현지에서도 크게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개막식에는 구루시마 히로시(久留島浩) 국립역사민속박물관 관장, 세계적 문구회사 사치하타의 신키치로 후나하시(舟橋神吉郞) 회장 등 문화예술계 거물이 대거 참석해 화제가 됐다. 특히 일본 문화예술인들은 ‘나라(奈良) 호류지 금당 및 5층탑 복원도’를 비롯해 오사카성(大阪城), 교토(京都) 기요미즈데라(淸水寺), 헤이안신궁(平安神宮) 등 일본 고건축물들을 섬세하면서도 생동감 있게 그려낸 김 화백 특유의 화법에 감탄사를 보냈다.

건축물 기록 펜화는 붓이 표현하지 못하는 세밀한 부분을 0.05㎜ 펜촉을 통해 정확히 표현할 수 있고, 훼손된 문화재의 경우 고증작업을 통해 건축물의 모습도 복원해내는 것이 가능하다. 일본에서 특히 주목한 것도 창건 당시인 아스카시대(593~622) 모습 그대로 복원한 호류지 금당 및 5층탑 펜화다.

“일본 고건축물 펜화 작업에 앞서 오래전 우리 고대사회가 일본에 전해준 문화가 어떻게 일본식으로 표현돼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호류지 금당과 5층탑 앞에 막상 서니 심장이 뛰는 것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우리 문화의 원류가 고스란히 살아있었습니다. 일본 고건축물 펜화 작업은 그래서 한국 문화의 원류를 찾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우리 선조들은 백제·신라 시대에 이미 세계 최고의 목조건축 기술을 갖고 있었다. 일본에 아스카데라(飛鳥寺), 시텐노지, 호류지 등 기와 건물을 지어 건축 기술을 전해 주었고, 황룡사 9층목탑 등 세계 최대의 목조건물을 세우기도 했다.

전시를 후원한 한국문화유산국민신탁의 김종규 이사장은 이번 전시의 의미에 대해 “일본에는 없는 고건축물 펜화를 통해 일본인들조차 몰랐던 고건축의 아름다움을 실감 나게 보여줬다”며 “동시에 일본 고건축 문화가 한국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또 한번 확인시켜준 전시”라고 말했다.

이미 한국 고건축물 수백여 점을 펜화로 그려낸 김 화백은 우리 고건축물과 일본 고건축물은 ‘형제’처럼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 분명히 있다고 밝혔다.

김 화백은 한·일 양국의 고건축물은 “각자 민족적인 특성을 드러낸다”며 “한국의 서까래를 보면 둥글고 휘어진 자연 목재를 그대로 사용해 허술해 보이면서 동시에 편안하게 느껴지지만, 일본의 서까래는 정확히 가공된 사각기둥을 사용, 정교해 보이면서 동시에 장검처럼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고 설명했다.

펜화를 통해 정밀하게 표현해낸 한·일 고건축의 유사점과 차이점 그리고 문화적 배경 등이 화두가 되며 마이니치(每日)신문이나 NHK TV 등 현지 언론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수림문화재단의 유진룡 이사장은 “재일한국인인 동교 김희수(1924~2012) 선생이 조국에 설립한 수림문화재단이 도쿄 한국문화원과 공동 개최한 이번 전시가 김영택 화백의 작품이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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