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코스트 모욕 반달리즘에
루마니아 사회 발칵 뒤집혀


나치 대학살 생존자이자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기도 한 루마니아의 고(故) 엘리 위젤 작가가 반달리즘(문화유산 및 공공시설 파괴 행위)의 피해자가 됐다.

5일 CNN 등에 따르면 지난 3일 위젤 작가가 어린 시절 살던 우크라이나와 접한 북쪽 국경 근처 마라무레슈주 시게툴마르마티에이의 집(사진)이 페인트 테러를 당했다. 누군가 집 벽면에 진한 핑크색 스프레이 페인트로 “유대인의 나치가 히틀러와 함께 지옥에 누워 있다” “소아성애” 등의 문구를 써 놓은 것이다. 벽에는 ‘(앙겔라) 메르켈’ ‘(도널드) 트럼프’ ‘(블라디미르) 푸틴’ 등 독일, 미국, 러시아 총리 및 대통령의 이름도 쓰여 있었다.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유적지마저 파괴하는 반달리즘 행위에 루마니아 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홀로코스트 문제를 연구하는 국립 엘리 위젤 연구소는 이 사건에 대해 “기괴(grotesque)한 일”이라며 조사 당국에 “최대한 엄중하게, 최대한의 책임감을 갖고 다뤄달라”고 요청했다. 연구소 CEO인 알렉산드로 플로리안도 이는 “엘리 위젤의 추억을 공격한 것일 뿐 아니라, 홀로코스트 희생자들 전체를 공격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루마니아 외교부도 “그 어떤 반유대 행위나 인종차별을 조장하는 행동은 단호히 비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2016년 향년 87세로 타계한 엘리 위젤은 나치의 만행과 인간에 대한 폭력을 고발하는 데 평생을 바쳤다. 그는 열다섯 살에 가족과 함께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갔고, 그곳에서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여동생을 잃었다. 이후 프랑스 파리 소르본대를 졸업, 잡지 ‘라 르슈’ 기자로 일하다 1986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대표작은 수용소 수감 이후 끔찍했던 나날을 담은 ‘암야(Night)’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
김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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