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화장실 불법 촬영(몰래카메라)’ 범죄가 연일 신문 지상을 장식하면서 불안감을 느낀 여성들이 화장실 속 구멍·나사못·전선 등을 초소형 카메라로 오인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처럼 몰카 범죄 사례를 다수 접하다 보니 공사 중에 생긴 구멍이나 단순한 기계 부속 등도 숨겨진 카메라로 오해하게 된 셈이다. 지난 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4차 시위가 열린 데에서 확인되듯이 몰카 범죄가 만연한 상황에서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31일 한 SNS에는 “친구가 일본 여행 중 숙소 욕실에서 몰카를 발견했다”는 사연과 함께 화장실 내에 전자 장비가 설치된 사진이 올라왔다. 이 사진을 본 다른 네티즌이 “사진 속 물체는 카메라가 아니라 리모컨 수신용 센서·비디오 출력용 단자·방송 수신 안테나”라고 지적하면서 논쟁이 붙었다. 갑론을박이 이어진 끝에 문제의 물체는 욕실용 TV 수신장치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처음 사연을 올렸던 네티즌은 “조심하자는 의미로 글을 올렸다”고 해명했다. 한 네티즌은 지난달 15일 휴게소 화장실의 잠금장치에 전선이 연결된 사진을 촬영해 올렸다. 이를 본 많은 네티즌은 몰카라고 지목했지만, 누군가 “사진 속 물체는 도어 센서로, 문의 개폐 여부를 감지하는 역할을 한다”며 관련 자료를 제시하자 상황이 반전됐다. 실제 서울시 여성안심보안관이 지난 2년간 공중화장실에서 적발한 몰카는 0건이다. 하지만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 일부 여성들은 실리콘 접착제·스티커 등을 휴대하고 다니며 화장실의 구멍을 막고 있다.
화장실에서의 몰카 오인이 늘다 보니 일각에서는 ‘일부 여성들의 단순한 피해망상’이라고 치부하는 시각도 나오는데 이 역시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실제 문화일보가 지난해 선고된 몰카 범행 판결문 200건을 추출해 분석한 결과, 화장실은 대중교통 시설에 이어 두 번째(13.5%, 27건)로 불법 촬영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장소인 것으로 드러났다.(문화일보 7월 26일자 2면 참고) 이처럼 불법 촬영이 만연한 현실에서 ‘화장실 몰카’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필요는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6일 “화장실의 숱한 구멍 중 하나도 카메라가 아니라면 온라인에서 떠도는 수많은 불법 촬영물은 어떻게 찍힌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화장실 안전 기준·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