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은 불량 백신, 가짜 백신 문제로 대륙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아이들이 필수로 접종해야 하는 DPT(디프테리아·백일해·파상풍) 백신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창성(長生) 바이오’는 생산한 백신에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구 데이터를 조작해 보건 당국의 심사를 통과한 후 이를 유통시켰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문제의 백신은 전량 회수됐고, 회사도 벌금을 물었다.

하지만 대중의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표면상 일개 회사의 문제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이 기업은 중국 백신 공급 3대 기업 중 하나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더군다나 이 회사의 광견병 백신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조작이 수시로 이뤄져왔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벌금은 6억 원 정도였는데, 작년 순이익만 950억 원 정도였던 이 회사에는 진짜 껌값인 셈이다. 반면 이로 인한 피해는 엄청나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 최소한 35만 명가량이 재접종을 해야 한다고 한다. 일부는 불량 백신을 믿고 몇 번을 맞았는데, 또다시 몇 번의 백신 주사를 맞아야 하니 분통이 터질 만하다. 새로운 백신은 과연 믿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사태가 심각하다 보니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정부에 대한 원망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불량 백신은 ‘백신 스캔들’로 확산돼 국가와 정부에 대한 신뢰 문제로 연결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나서 해당 회사를 엄벌에 처할 것이라고 천명한 것은 물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아프리카 해외 시찰 중에도 철저한 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약속했다. 이미 창성바이오 회장과 임원 등을 체포하기도 했다.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행동으로 보인다. 물론 여기에는 언론통제도 따르고 있다. 중앙언론은 물론 SNS도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도 일부에서는 해외 SNS 등을 통해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 등은 과학자를 앞세워 일개 기업의 문제일 뿐 중국 백신에는 문제가 없다고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대중의 불안과 원망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생명과 직결된 문제이고 자녀의 건강에 대한 문제이니 쉽게 통제될 리 없다.

많은 중국인과 전문가는 이번 사태가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한다고 보고 있다. 우선 창성바이오는 연구·개발(R&D)보다 마케팅과 판매에 훨씬 많은 돈을 쓴 것으로 밝혀졌다. 마케팅 비용 중 상당 부분이 보건 당국의 뇌물로 쓰인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여기에 국영기업이던 창성바이오의 민영화 과정에도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마디로 정경유착에 의해 발생된 문제라는 의미다.

보건 당국의 무능도 문제다. 중국에서는 한 해 10억 개의 백신이 생산되는데, 검사를 거치는 것은 5%에 그친다고 한다. 그 검사조차도 대부분 제약회사의 데이터에 의존하고 있다고 한다. 당연히 속이기 쉬운 구조다. 불량 백신과 같은 문제가 발생해도 처벌 규정이 너무 약해 효과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대중의 불만이 날로 커지면서 이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바짝 긴장하는 이유다.

타산지석으로 삼을 일이다. 한국도 R&D보다 마케팅에 신경을 쓰는 건 마찬가지다. 넘쳐나는 의약품 광고, 병원 로비는 자주 들리는 뉴스다. 기업에 대한 규제를 철폐하자고는 하지만 감시체제는 갖춰야 하는 것 아닌가 한다.

한양대 인문대 교수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