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이별이 떠났다’ 끝낸 배우 채시라

“내게 연기는 운명이자 책임
‘기본빵 한다’는 믿음에 감사

한 여성의 성장기 다룬점 공감
촬영할 땐 다른부분 포기해야
이해해준 가족들에게 고마워”


“연기요? 제게 주어진 운명이자 책임 아닐까요?”

3년 만에 활동을 재개한 채시라(사진)는 MBC 드라마 ‘이별이 떠났다’(극본 소재원)를 마친 소감을 담담하게 말했다. 1985년 드라마 ‘고교생 일기’를 통해 하이틴 스타로 발돋움한 그는 33년이 지난 지금도 주연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어깨를 견주던 동료 배우들이 하나둘씩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조연으로 한발 물러나도 채시라의 자리는 변함이 없었다. 3년의 공백을 가지며 어느덧 50대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채시라를 찾는 이들은 많다. 그리고 그는 ‘이별이 떠났다’에서 빈틈없는 연기력으로 그 이유를 스스로 입증했다.

“(웃으며)채시라라는 배우가 ‘기본빵’은 하겠다는 믿음이 있나 봐요. 그냥 열심히 한다는 말로는 설명이 안 될 것 같아요. 열심히 안 하는 배우가 없으니까요. 저는 운이 참 좋은 게 아닌가 싶어요. 연기가 제게 주어진 운명이나 책임감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저 역시 그런 의무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아야겠다고 연기를 즐기며 해온 것이 비결 아닐까요? 그게 제 운명이라면 순응하며 살아가려고요.”

채시라는 ‘이별이 떠났다’에서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다가 ‘나’를 잃어버린 여성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줬다. 실제로 카메라 밖에서는 ‘배우 채시라’가 아닌 아내이자 엄마로 살아가는 그는 이 캐릭터에 공감과 연민을 느꼈다. 그런 채시라의 연기를 보는 많은 시청자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 드라마는 한 여자의 성장기였어요. 누군가의 아내와 엄마를 넘어 한 여자의 이야기였기 때문에 더 공감이 갔죠. 저는 카메라 앞과 뒤의 삶이 잘 구분되는 스타일이에요. ‘이별이 떠났다’를 촬영하면서는 연기에 전념했죠. 아내이자 엄마로서 최소한의 것은 지켜야 하기 때문에 무관심은 아니지만, 연기에 집중하기 위해 어느 정도 다른 부분은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족들이 이런 부분을 많이 이해하고 응원해줘서 고마웠어요.”

어느덧 채시라는 촬영 현장에서 ‘고참’이 됐다. 과거에는 선배들을 잘 모셨다면, 이제는 후배들을 잘 이끌 차례다. 그런 책임감을 갖고 있는 채시라를 정혜영, 조보아 등 함께 연기한 후배들은 유독 따랐다. 조보아는 촬영 내내 “선배님께 과외받는 느낌이다, 수업료를 내야 할 것 같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하이틴 스타였던 채시라도 나이를 먹어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의 ‘나이 들어감’은 참 멋지다. 시간의 흐름에 자신을 맡기고 나이대에 어울리는 역할로 대중을 위로하고 공감을 산다. 채시라가 롱런하는 비결이다.

“이제는 촬영 현장에 선배님보다 후배가 더 많아요. 후배들이 ‘언니, 선배, 누나 때문에 출연하기로 했다’고 말할 때면 부담을 느끼면서도 참 보람 있어요. 나이 들어가는 것은 막을 수 없기에 미련을 갖고 매달릴 필요가 없죠. 그건 굴복이 아니에요. 삶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죠. 현실을 받아들이고 거기에 맞게 가는 게 최선 아닐까요?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만큼 아름답고 좋은 것도 없다고 생각해요.”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안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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