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출대비 R&D투자 5% 이상
2년간 상시 근로자수 유지 등
요건 충족 어려운 ‘생색내기’
法개정 통해 요건 완화했지만
5G 이통 등 서비스 분야 배제
“제2·제3의 문턱 여전해” 불만
R&D투자 급감… 稅지원 절실

문제는 정부가 지난 7월 세법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산업계의 불만 완화를 위해 해당 요건을 완화키로 했으나 정작 산업계는 “5세대(5G) 이동통신 등 서비스 분야를 배제하는 등 제2, 제3의 문턱은 여전히 높다”고 토로하고 있다.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추경호(자유한국당)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시행된 ‘신성장 기술 사업화 시설투자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 관련 심의를 받은 기업은 2018년 7월 현재 전혀 없었다. 세액공제를 신청하려면 △매출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중 5% 이상 △전체 R&D의 신성장 비중 10% 이상 △2년간 상시 근로자 수 유지 등 3가지 자격 요건을 갖춰야 하는데 이를 충족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는 얘기다. 정부는 이번에 세법 개정안을 작성하면서 R&D 투자 비중을 2% 이상으로 완화키로 한 상황이다.
하지만 통신 등 서비스 업계는 “서비스와 제조의 융복합을 핵심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제조업 위주의 낡은 사고방식’에 갇혀 서비스 업종을 차별하고 있다”며 강변하고 있다. A 이통사 고위 관계자는 “정부의 전방위적인 요금인하 압박으로 실적이 악화하고 있으나, 정부로부터 조 단위의 천문학적인 5G 투자까지 요구받고 있다”며 “세계 첫 상용화로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은 물론, 자율주행차 등 유관 산업의 신성장 분야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제조와 마찬가지로 신성장 세제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B 제조사 관계자는 “대기업은 2년 연속 상시 근로자 수를 유지하지 못하면 세액 공제를 신청할 수가 없다”며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글로벌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수시로 사업구조 재편을 하면서 변신을 해야 하는데, 상시 근로자 수를 유지하라는 것은 숨어 있는 또 다른 ‘전봇대’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뿐이 아니다. 민간 차원의 R&D, 투자 열기는 차갑게 식고 기업의 R&D 국제경쟁력은 ‘급전직하’ 중이나 이를 독려할 일반 R&D, 투자 세제 지원이나 규제 개혁은 되레 사라지고 있거나 공회전 상태에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한국은행의 올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건설, 설비, 지식재산생산물 등 3대 투자는 각각 전기 대비 -1.3%, -6.6%, -0.7%를 기록했다. 이들 3대 투자 항목이 모두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은 2012년 2분기 이래로 처음이다.
홍성일 한경원 경제정책팀장은 “좀처럼 마이너스를 기록하지 않는 지식재산생산물 투자까지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R&D 등에 대한 투자를 줄였다는 뜻이어서 미래 성장 측면에서 보면 ‘위험 신호’가 켜진 것”이라며 “2009년 2분기∼2013년 2분기만 해도 연평균 7.5%의 증가율을 기록했으나 갈수록 둔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관련 세제 지원은 2013년 이래로 대폭 축소되고 있다. 특히 R&D와 관련 설비투자 세액공제는 같은 기간 3∼6%, 10%에서 각각 0∼2%로, 1%로 줄었다. 홍 팀장은 “이번 세법 개정안에 신성장 분야의 R&D 세제 지원 대상으로 블록체인 등이 포함된 것은 다행이나 이를 제외한 일반 R&D, 각종 투자 관련 세제지원 강화 방안은 포함이 안 돼 있다”며 “혁신 성장의 조속한 성과와 경제 활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반 R&D와 일자리 창출 관련 투자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세제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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