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에티오피아 리멤버’진행
가난·질병 아동 돕기 나서자
안양 등 인근 지역으로 확산
작년엔 주거빈곤 아동 위해
223명이 月 1만 원씩 모아
주택 개보수·생활자금 후원
정기적으로 보육원 등 찾아
요리하고 배식봉사하기도
지난 7월 16일 경기 시흥시 금오로 한국조리과학고. 훈남 셰프로 예능프로그램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황요한 씨가 이 학교 대강당 연단에 섰다. 요리의 대가를 꿈꾸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 주제는 ‘황요한 셰프의 셰프&셰어’. 황 셰프는 이날 어린 시절부터 요리사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배경과 소망을 이룬 과정을 자세히 설명하며 도전정신과 비전을 심어줬다. 강의를 들은 3학년 박상진(18) 군은 “평소 롤모델로 여겼던 황 셰프의 강연을 들으니 동기부여가 됐다”며 “황 셰프처럼 재능을 나누는 셰프가 되고 싶다”고 손가락을 추켜세웠다.
이날 강연은 조리과학고 학생들이 지난해부터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함께 추진해온 ‘초록우산 나눔실천 리더’의 빛나는 성과가 계기가 됐다. 1999년 개교한 국내 최초 조리전문 특성화고교인 조리과학고의 특성상 학업과 실습으로 바쁜 일정 속에서도 나눔 활동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학생들을 위해 재단 측이 감사와 격려의 의미를 담아 자리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황 셰프는 “학생들이 나눔 활동을 위해 벌인 활동이 인상에 깊게 남아 특별 나눔 강연에 참여하게 됐다”며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을 통해 아동들의 어려운 현실을 알리고 돕는 일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에도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또 다른 스타 세프인 오세득 씨를 초청해 조리과학고에서 같은 내용의 강연을 진행한 바 있다.
조리과학고 학생들이 창출한 ‘나눔의 기적’은 지난해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시흥시고등학교학생회장단연합(SKY)과 함께하는 나눔실천 리더 캠페인에 나서면서부터다. 재단과 SKY가 시흥시 주거빈곤계층 아동을 지원하기 위해 기획한 ‘집으로’ 캠페인에 무려 223명의 조리과학고 학생이 정기후원자로 참여했다. 월 1만 원이란 십시일반의 정성이 모이면서 연간 2700여 만 원 가까운 금액이 쌓였다. 시흥시는 소득 1분위 저소득가구 비율이 19.1%로 경기, 서울보다 높은 편인데 이를 지원하기 위한 작은 정성이 알토란처럼 모인 것이다. 이 후원은 저소득층 주거빈곤 아동을 위한 거주지 개·보수, 생활안정자금 지원에 값지게 쓰이고 있다.
성과는 비단 여기에 머물지 않았다. 지역 학생들의 미담이 민들레 홀씨처럼 퍼져 그해 하반기에는 시흥시청과 재단과의 로컬협약 캠페인으로 확대되면서 시흥시, 동주민센터 직원들까지 참여했다. 학생들이 스스로 나눔의 수범 모델을 만들면서 학교, 선생님들도 동참해 올해는 글로벌 분야로 시야를 확장하는, 한층 더 돋보이는 행사로 발전했다. ‘글로벌 시대를 선도할 전문 조리인 양성’을 기치로 내걸고 있는 조리과학고에서 인성교육의 하나로 올해 나눔실천 리더를 진행키로 하고 지난 6월 8일에 학생회와 선생님들이 모인 가운데 발대식을 한 뒤 본격적인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올해 캠페인의 주제는 ‘에티오피아 리멤버(Remeber) 121’로 정했다. 한국전쟁 당시 6037명이란 절대 적지 않은 군인을 파병해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헌신한 에티오피아와 에티오피아 아동들을 돕자는 취지다. 에티오피아에서 파견됐던 군인들은 낯선 이국땅에서 생사를 건 전투를 치렀음에도 불구, 공산주의 정권으로 바뀐 후 자본주의 국가를 위해 싸웠다는 이유만으로 탄압을 당했다. 한국전쟁때 숨진 군인만 121명, 부상자는 536명이다. 캠페인 이름도 여기에서 착안했다. 조리과학고 관계자는 “폐허를 딛고 고도성장을 이룬 우리나라에 비해 가난과 질병 등으로 빈곤이 심화하면서 국제사회의 지원이 절실한 에티오피아를 돕기 위해 캠페인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이 캠페인에도 100여 명이 넘는 조리과학고 학생이 관심을 두고 기부를 결정했다. 경기 안양, 과천, 성남, 수원지역 13개 고교 학생들에게도 나눔을 독려해 모두 250명의 후원자를 모았다.
2년 연속 진행된 캠페인은 학생들뿐만 아니라 학교 전체에 긍정적인 변화의 바람을 몰고 왔다. 나눔과 기쁨을 통해 타인의 삶과 공동체의 소중함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고 참여하며 실천하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이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는 은신비(여·18) 조리과학고 전교부회장은 “선배들이 지난해 캠페인을 진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동참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예상외로 많은 급우가 선뜻 나서는 것을 보고 뿌듯함과 긍지를 느꼈다”며 “교과서에서도 쉽게 배울 수 없었던 활동이라 더욱 느낌이 남달랐다”고 말했다. 은 부회장은 “나눔실천 리더로 활동한 경험을 살려 대학에 진학하고 사회에 나가면 다른 후원에도 관심을 두고 참여할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조리과학고 학생들은 두 활동 외에도 평소 조리과학고가 보유한 밥차를 활용해 정기적으로 보육원, 노인시설을 찾아 급식 관련 봉사도 하고 있다. 10대들의 요리, 배식 봉사에 아이들은 더 쉽게 친근감을 느끼며 다가선다. 어르신들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손자뻘 아이들로부터 융숭한 대접을 받는다는 생각 때문에 기분 좋은 식사시간으로 기억한다. 학생회 지도를 맡은 김민정(여·33) 조리과학고 교사는 “재학생들이 요리 분야에 진출할 계획을 세우는 등 목적의식이 비슷하고 심성도 착하고 바르다”며 “나눔실천 리더 활동을 통해 자발적으로 기부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의 따뜻한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민종 기자 horiz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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