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쇼핑 카트 속에 숨겨둔 휴대전화 카메라를 이용해 150명이 넘는 여성의 치마 속을 영상으로 촬영한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지하철역·공중화장실 등 그간 불법촬영(몰래카메라)에 취약한 지역으로 여겨지던 곳뿐 아니라 대형마트 등 다른 공공장소도 안전지대가 아닌 것으로 드러나며 여성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공공장소에서 여성의 신체를 의사에 반해 촬영한 혐의로 이모(37) 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9일 밝혔다. 이 씨는 2016년 3월부터 지난 4월까지 2년여 간 여성 153명을 상대로 영상을 불법으로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씨는 지난 4월 28일 영등포구의 한 대형마트 매장 내에서 쇼핑 카트에 휴대전화 카메라를 숨겨두고 여성의 치마 속을 몰래 찍다가 마트 점원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동종 전과가 있고 사진이 아닌 영상을 다수 촬영하는 등 재범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이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검찰이 이를 청구했으나 법원은 “주거가 일정하고 도주 가능성이 없다”며 기각했다.

그간 불법촬영의 온상으로 주로 지목돼온 곳은 대중교통 시설과 공중화장실이다. 문화일보가 지난해 선고된 몰카 범행 판결문 200건을 추출해 분석한 결과에서도 대중교통 시설(69.5%, 139건)과 화장실(13.5%, 27건)이 범행 장소의 대부분을 차지했다.(문화일보 7월 26일자 2면 참조) 국토교통부도 여성들이 안심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하철·철도역·버스터미널 등 교통시설 내 불법 촬영을 점검하고 단속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이날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그동안 차별을 받고 불법행위에 대해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측면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여성 상대 범죄에 대해서는 엄정한 사법 조치를 해나갈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민 청장은 ‘취임 1호 정책’으로 ‘불법 촬영 등 여성 대상 범죄 근절대책’을 발표한 데 이어 3일 취임 후 첫 현장방문으로 서울 혜화역 일대를 찾아 불법 촬영 근절 캠페인을 실시했다. 또 경찰은 각 지방경찰청에 신설되는 여성대상범죄 특별수사팀에 여성 수사관 인력을 50% 수준까지 확보할 방침이다. 장미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인력과 예산이 한정돼 있는 이상 단속만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법적·제도적 정비와 인식 개선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
조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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