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환 한국외대 교수·국제정치학 정치행정언론대학원장

미국이 북한과 이란의 핵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강력한 제재 의사를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이 비밀리에 핵 개발을 계획하고 있다면서 ‘이란 핵협정’을 탈퇴한 지 90일 만에 대(對)이란 경제 제재를 재개(再開)했다. 미국이 이란에 대한 제재를 재개한 당일 북한과 이란은 외교장관회담을 했다. 한때 북핵 문제의 이란식 해법이 제기됐으나 이젠 그 실효성이 의심받고 있다. 과거 양국은 탄도미사일 개발과 관련해 협력한 경험이 있으며, 이번 회담도 경제 제재 관련 반미 세력 구축을 위한 시도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대북 제재의 주요 당사국인 한국이 북한산으로 추정되는 석탄을 수차례 수입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사실이라면 유엔 및 미국의 제재 대상에 포함될지 모른다. 특히, 한국전력공사의 자회사가 수입하고 정부가 이를 감지하지 못한 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우방인 미국의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최근 북한이 보여준 비핵화와 관련한 실망스러운 외교적 태도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는 미국을 향해 북한·이란에 대한 제재 예외를 요청 중이다. 금강산 관광 재개 및 개성공단의 재가동 필요성을 언급하는 등 대북 제재의 기조를 흔드는 모습을 계속 보이고 있다. 미국의 북한과 이란에 대한 병행 압박과 배치된다.

경제 제재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는 1990년에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략에 대해 가해졌던 제재다. 이는 이라크 국민에게 많은 고통을 안겨줬는데도 후세인 독재정권에 전혀 타격을 주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연합국은 군사적 수단을 동원하지 않을 수 없었다. TIES 자료를 보면, 1948년에서 2005까지의 미국 제재 중 미국 독자 제재는 328건(85%), 다자 제재는 58건(15%)이었다. 미국은 독자 제재 중 112건(34.1%)을, 다자 제재 중 33건을 성공(56.9%)했다. 다자 제재의 효과성이 더 높았음을 알 수 있다.

최근 미국 다자 제재의 대표적인 대상 국가로 꼽히는 경우가 북한이다. 다자 제재를 둘러싼 주요 논점의 하나는 제재의 목적에 관한 국제적 합의가 어느 정도 강력한가이다. 이러한 국제적 합의가 최근 흔들리고 있다. 제재 국면을 이끌고 있는 주요국 중 중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해 소극적 제재를 하기 때문이다. 경제 제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피(彼)제재국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제3국가들의 제재에 대한 협조가 중요하다. 제3국가들의 피제재국에 대한 경제의존도나 안보적 친밀도가 크면, 제재 동참으로 인한 비용 부담이 커지고 결국 이들은 제재 대열에서 이탈하게 된다. 이러한 ‘제3국 효과’가 제재 실패의 큰 원인이다.

과거 미국 주도의 대이란 다자 경제 제재 때 중국의 일탈적 행동은 그 효과를 크게 떨어뜨렸다. 2010년 기준 이란의 주요 무역 상대는 EU·중국·일본·인도 등이었다. 주요 교역국이 미국의 제재를 존중해 동참했지만, 중국은 계속 이란과의 통상관계를 이어갔고, 이는 다자 경제 제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남북한 화해의 무드 속에서 한반도 평화체제를 앞당기려는 한국 정부와 비핵화의 진전 없이 대북 제재의 예외 인정이 어렵다는 미국 정부 간에 대북 제재를 둘러싸고 의견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결국 비핵화를 위한 대북 제재가 실패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북 제재가 구멍 뚫리면 비핵화의 길은 멀어진다. 대북 제재를 두고 한국이 대륙 세력에 편입돼 미국과의 관계를 훼손하는 우(愚)를 범하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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