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을 틀리는 요리점 / 오구니 시로 지음, 김윤희 옮김 / 웅진 지식하우스

책 제목 그대로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에 대한 책이다. 요리점은 대략 60%의 확률로 손님이 주문한 음식 대신, 주문하지 않은 다른 음식을 내놓는다. 뭐 다른 뜻은 없고 온전히 종업원의 ‘실수’로 벌어지는 일이다. 그런 요리점이 진짜 있을까. 그리고 그런 요리점이 있다면 과연 손님들이 그 요리점에 갈까.

이 책은 일본 도쿄 시내에 좌석 수 12개의 작은 요리점을 빌려서 2017년 6월 3일과 4일, 딱 이틀 동안만 문을 열고 영업한 한 요리점에 대한 이야기다. 이 요리점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은 치매를 앓고 있는 환자들. 손님 앞에 주문을 받으러 온 종업원이 자신이 거기에 왜 왔는지를 잊는 지경이니, 음식 주문이 제대로 될 리 없다. 주문을 틀리는 건 그래서다. 그렇다면 누가, 무슨 이유로 이런 요리점을 이벤트처럼 냈을까.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 바로 거기에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을 기획한 일본 NHK 방송사의 PD다. 10년 넘게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어오다가 심실빈맥이란 병이 발병, 프로그램 제작에서 손을 떼게 됐다. 대신 그는 방송사에서 프로그램 제작 대신 ‘방송이 가지는 가치를 다른 형태로 사회에 환원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됐다. 그 첫 결과물이 바로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이었다. 요리점 프로젝트는 현역 PD 시절 저자가 취재차 들렀던 치매 환자 간병 시설에서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치매 시설에서 환자들이 만든 음식을 대접받는 일이 종종 있었는데, 그날 예정된 메뉴는 햄버그스테이크였지만 정작 나온 건 만두였다. 다른 음식에 당혹했던 그는 환자들에게 실수를 일깨워주려다가 이내 생각을 바꿨다.

사실 메뉴가 틀렸다고 해서 무슨 큰일이 나는 건 아니라는 데까지 생각이 가닿았고, 그렇게 생각하자 ‘주문한 음식 대신 엉뚱한 음식이 나오는 게 당연한 요리점’을 착안하게 됐다. 치매 환자의 실수를 받아들이고, 그 실수를 함께 즐기는 것. 치매 환자를 대하는 그런 가치관을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딱 이틀 동안만 운영한 요리점은 일본은 물론이고 전 세계에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기획 단계부터 SNS를 타고 요리점 이야기가 삽시간에 번져나가면서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은 곧바로 일본 포털 사이트의 검색 1위를 차지했고, 일본은 물론이고 세계 20여 개국의 150여 개 매체로부터 취재 요청이 쇄도했다. 단 이틀 동안 문을 열었음에도 세대를 넘고 국경을 넘어 세계로 퍼져 나간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 그 요리점의 기획 단계부터 운영, 그리고 뒷얘기가 이 책에 꼼꼼하게 담겨 있다. 물론 책의 주제는 ‘요리점 운영’이 아닌, 치매를 바라보는 시선과 우리 모두가 겪게 될지도 모를 미래다. 이 시도는 KBS 스페셜 ‘주문을 잊는 음식점’으로 한국에서도 이뤄졌다. 232쪽, 1만4000원.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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