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라 할 만한 것 / 오시이 마모루 지음, 장민주 옮김 / 민음사

‘애니메이션을 철학의 경지로 끌어올린 거장’으로 불리는 일본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인생과 영화에 대한 생각이 담겨 있다. 오시이 감독은 서문에서 “본질적 문제의식으로부터 눈을 돌리지 않고 고민한 결과물”이라고 책을 소개하며 “‘행복해지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하는가, 사회 속에서 자기 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나름대로 논고했다”고 밝힌다.

그는 대학 졸업 후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백수로 지내다가 우연히 전신주에 붙은 모집 공고를 보고 애니메이션 프로덕션의 사무직으로 입사한 후 연출 보조를 거쳐 감독으로 데뷔했다. 초기작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칸과 베니스 등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며 거장으로 올라선 그가 ‘공각기동대’ ‘이노센스’ ‘스카이 크롤러’ ‘인랑’ 등의 작품을 통해 풀어낸 철학적 사유의 바탕을 이 책에서 엿볼 수 있다.

그는 소중한 것을 파악하는 일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며 죽음의 순간까지 우선순위를 매기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우선순위를 정하기 위한 근거가 필요하고, 그 근거에 사람의 가치관이 드러난다고 설명한다. 행복해지는 요소는 누구나 열 개든 스무 개든 나열할 수 있지만 그중 무엇을 선택하느냐가 중요하고, 스스로 선택한 인생을 보낼 수 있다면 그게 바로 행복이라고 단언한다.

그러면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예를 든다. 오시이 감독은 “미야자키 감독은 일만 하느라 집에서는 하숙생처럼 생활하는 가정 난민”이라며 “가족과의 커뮤니케이션은 애초에 기대하지도 않았고, 틀림없이 그렇게 살아온 인생을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우선순위가 확실하기 때문에 행복한 인생을 보내왔다는 것이다. 그가 정한 영화감독으로서의 우선순위는 진실의 작은 파편 하나라도 담아내는 것, 계속 새로운 형식을 시도해 관객에게 좋은 꿈을 꿨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다. 그는 또 ‘자기 자리’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조언한다. “자기 자리가 있다는 것은 그 자리에 앉아 있는 동안은 자신이 세상에서 필요로 하는 존재로 여겨진다는 의미”라고 말한다.

“영화를 ‘발명’한다”고 밝힌 그는 삶은 자기 실현의 과정이며 인간은 계속 변화하는 존재라는 자신의 세계관을 천명한다. 240쪽, 1만3000원.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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