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도 경찰·군인 등 납치
강경파 두케 대통령에 경고장
평화협상 놓고 줄다리기 계속


콜롬비아 정부와 평화협상 중인 주요 반군이 지난주에 이어 군경 세 명을 또 납치해 향후 협상에 빨간불이 켜졌다. 새로 취임한 강경파 이반 두케 대통령이 “협상은 반군이 공격을 멈출 때만 이뤄질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반군은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강공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9일 AP통신 및 카라콜TV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콜롬비아군은 이날 정부와 협상 중인 최대 반군 민족해방군(ELN)이 군인 세 명을 납치했다고 밝혔다. 군에 따르면 이들 세 명은 전날 동부 아라우카 지방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하던 중 납치됐다. 군은 성명을 통해 “이들은 휴가 중으로, 무기도 없었고, 사복 차림이었다”고 밝혔다. 콜롬비아 옴부즈맨은 “(납치된) 군인들의 생명을 존중해주고, 그들을 온전한 상태로 풀어달라”고 요청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이번 납치 사건은 ELN이 지난주 북서부 초코의 정글에서 납치한 인질들을 풀어주겠다고 제안한 지 일주일도 안 돼 또 벌어졌다. 당시 ELN은 경찰 세 명과 군인 한 명을 포함해 여섯 명을 납치한 뒤, 지난 4일 “초코 지역에서의 군사작전을 멈추면 이들을 풀어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ELN의 잇따른 정부군·경찰 납치는 지난 7일 대통령으로 취임한 두케 정부와의 평화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지난 7일 두케 대통령은 ELN과의 평화협상을 재고할 것이고, 이들이 공격을 멈출 때만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표한 바 있다. 양측이 양보보다는 협상에서의 고지 선점에 주력함에 따라, 평화협상을 두고 두케 정부와 ELN 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LN은 1964년 쿠바 사회주의 혁명에 자극받은 급진 가톨릭 신도를 중심으로 결성된 단체다. 베네수엘라와 접하는 콜롬비아 동북부 지역을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1500∼2000여 명의 조직원이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16년 옛 최대 반군이었던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이 정부와 평화협정을 체결한 뒤 정당으로 거듭나자 최후이자 최대 주요 반군이 됐다. 콜롬비아에서는 1958년 정부군·우익 민병대와 좌익 반군 게릴라 간에 내전이 계속돼 왔다. 이로 인해 22만 명이 사망했고, 700만 명이 피란 중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편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은 오는 12일 취임 후 처음으로 브라질과 콜롬비아 등 남미 4개국 순방에 나설 예정이다. 미 국방부는 9일 “백악관은 2018년을 ‘미주의 해’로 선언했으며, 매티스 국방장관의 순방은 미 국방부와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콜롬비아와의 강력한 국방관계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 관계들은 협력적이고 번영적이며 안전한 서반구를 위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매티스 국방장관은 콜롬비아에서 두케 대통령을 비롯해 새로 선출된 정부 구성원들과 만날 예정이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
김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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