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8·25 전당대회를 앞두고 세대교체가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71세의 김진표 후보와 66세의 이해찬 후보가 55세의 송영길 후보와 당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하면서부터다. ‘늙은 전당대회’라는 비웃음을 제쳐 두더라도 6070세대가 전면에 등장한 것은 그 자체로 민주당의 세대교체 실패를 증명한다. 이런 상황에서 세대교체론이 제기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어떤 세대교체가 필요한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 없이 누구를 당 대표로 뽑을 것인지에만 매몰돼 있는 점은 아쉽다. ‘6070세대는 나이가 너무 많으니, 이제 86세대가 바통을 이어받아야 한다’는 식이다. 이런 주장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100세 시대에 내 나이가 어때서…’ 식의 항변을 반박할 논리가 될 수 없다. 따지고 보면 몇 년 안에 60줄에 접어드는 86세대가 세대교체의 기수를 자처하는 것도 민망한 일이다.
세대교체를 둘러싼 민주당의 고민이 ‘당 대표 선출 이상’ ‘86세대 이후’를 향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86세대에서 단절된 민주당의 ‘젊은 피 수혈’을 재개해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의 민주당은 지도부뿐 아니라 소속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 광역·기초단체장 등에 이르기까지 절대다수가 86세대나 그 앞의 긴급조치 세대, 민청학련 세대 등이다. 냉전독재·개발독재 시대에 성장해 반독재 투쟁 속에 정체성이 형성된 사람들이다. 자연히 ‘민주 대 반(反)민주’라는 대결적 시각이 몸에 뱄다. 더 이상 젊지 않아서 문제가 아니라 노력해도 어찌할 수 없는 세대적 한계가 있는 것이다. 집권 2년 차 중반에도 ‘적폐 청산’이라는 구호가 다른 모든 것을 압도하는 상황이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민주당 앞에는 피아(彼我)의 이분법으로 풀 수 없는 중요하고도 큰 과제가 너무도 많다. 튼튼한 안보와 한반도 평화의 동시 추구, 극단적 노사갈등과 양극화를 넘어서기 위한 사회적 대타협, 혁신성장을 위한 혁명적 수준의 규제개혁…. 어느 것 하나 협치 없이 될 일이 아니다. 더욱이 민주당은 ‘견제’가 본업인 야당이 아니라 ‘책임’을 져야 하는 집권 여당이다. 변화된 시대, 변화된 책무에 걸맞은 새 인물들이 필요하다. 누가 당 대표가 되든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혁명적 물갈이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럼 누가 ‘장강(長江)의 앞 물결’을 밀어낼 ‘뒷물결’인가. 적어도 선배들의 세대적 한계를 넘어서는 사람들이어야 한다. ‘민주 대 반민주’ 시대의 ‘올드 레프트’가 아닌 ‘포스트 민주화’ 시대에 정체성이 형성된 ‘뉴 레프트’여야 한다. 가령 1980년대 이후 태어나 21세기에 20대를 보낸 사람들이 후보가 될 수 있다. 이들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등 국가적 위기도 겪었지만, 작은 힘들이 모여 국난을 극복하는 과정도 체험했다. 86세대 같은 집단정체성은 없더라도 파편화한 개인은 아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37세, 노무현 전 대통령은 42세에 원내에 진입했다. 86세대 1호 국회의원인 김민석 민주연구원장은 32세, 현 정부 86세대의 대표 격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34세에 의원 배지를 달았다. 이미 때는 됐다. 필요한 일은 ‘뒷물결’을 위해 자리를 내어주는 것뿐이다.
greent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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