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中) 석학들이 본 AI와 한국
- 제리 캐플런 美스탠퍼드大 교수
美정부, AI지원 많지 않지만
신기술 확보하도록 연구장려
규정까지 바꿔주며 실현 도와
AI가 인간의 직업 뺏는다?
새로운 영역서 노동수요 창출
공감 필요한 직업은 안 사라져
AI가 윤리적 결정 할 수 있나
설계하는 사람들이 결정할뿐
‘로봇들의 반란’ 실제론 없어
“한국 정부가 인공지능(AI) 산업을 위해 할 수 있는 수많은 지원책이 있습니다. 한국 연구자들이 최근 세계의 연구 동향을 따라갈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합니다. 또 문제점이 명백히 드러나기 전까지는 규제를 피해야 합니다.”
제리 캐플런(사진)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13일 한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의 AI 산업에 대한 지원 방향과 방법에 대해 이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AI로 인해 예상되는 문제점이나 정부의 우려 사항도 있겠지만, 그러한 문제들이 AI 기술이 가져올 실용성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는 판단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AI 산업에 대한 관행적 규제를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하는 것처럼 발전적 연구를 할 수 있는 유수의 명문대와 연구진을 지원하는 정책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은 정부 차원의 지원은 그리 많지 않지만, 해당 산업이 주도적 역할을 하도록 장려하고 지켜본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 자동차의 경우 연구를 장려하고 해당 산업에서 기술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운 뒤 실용화 단계에 근접했을 때 정부가 해당 산업 연구자들과 함께 일하며 새로운 기술에 맞춰 규정을 변경하거나 규제를 완화하는 식이다. ‘규제’ 덩어리인 한국 산업, 경제 분야에 던지는 시사점이 큰 대목이다.
캐플런 교수에게 한국이 도달한 AI 수준에 관해 묻자 풍부한 분석을 내놓았다.
“한국 연구자들이 최신 기술을 발명하진 못했지만, 현실 문제에 최신 기술을 접목해 활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증명해내고 있습니다. 마치 평면 디스플레이 산업 분야에서도 새 기술을 빠르게 적용해 상용화한 것처럼요. 카이스트는 2015년 미국 국방성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주최하는 로보틱스 챌린지(Robotics Challenge)에서 세계 우수 연구팀과 대학들을 상대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죠. AI 분야에서도 기술을 빠르게 습득하고, 현실 문제에 연구 내용을 신속하게 적용하는 능력은 경제적, 사회적, 보안 문제 측면에선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캐플런 교수는 이에 맞춰 ‘문화미래리포트 2018’에서 AI의 최근 흐름은 특정한 문제 해결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지 ‘초지능’(Super intelligence)에 관한 형태가 아니라는 점, 또 ‘AI가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문제점을 최소화하고 한국 사회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할 방침이다. AI에 대한 잘못된 통념부터 바로잡을 필요성이 있다는 의미다. 특히 AI가 일자리를 빼앗아 실업률을 높인다는 우려에 대해 “일정 부분 일자리는 감소하나 다른 영역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에 AI로 인해 다수 노동자가 직업을 빼앗길 것이라는 공포는 오해입니다. AI는 새롭게 등장한 마법이 아닙니다. 자동화 단계에서 나타난 새로운 흐름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따라서 AI는 이전에 이미 등장했던 기계, 자동화와 마찬가지로 우리 경제와 노동시장에 영향을 끼치겠죠. 물론 특정 노동자는 일자리를 잃을 것입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전체적인 부의 크기는 증가해 다른 영역에서 새로운 노동 수요를 발생시키겠죠.”
캐플런 교수는 사라질 직업과 살아남을 직업도 가늠해볼 수 있다고 했다.
“새로운 기계들이 과학기술을 습득하면서 ‘인지력’을 필요로 하는 직업들은 곧 자동화로 대체돼 사라질 겁니다. 운전이나 의학적 사진·영상 자료를 읽는 일 등을 꼽을 수 있겠죠. 반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신뢰를 쌓고 공감을 표현하며 다른 사람의 의도를 판단해야 하는 사회적 기술을 필요로 하는 직업인 노인 돌봄, 간호 등은 살아남을 겁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유연한 해법을 요구하는 직업은 미래에도 상당히 중요해질 겁니다.”
캐플런 교수는 자주 받는 질문 중에 ‘AI가 윤리적 결정을 내릴 수 있느냐’는 물음이 많다고 했다. 그는 이 역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계가 윤리적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점에 대한 큰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기계가 그런 결정을 내릴 순 없으며 제품을 디자인한 이들이 결국 윤리적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설계하는 사람들인 셈이죠. 결국, 제품 설계자들이 안전문제와 비용 등 어떤 가치에 더 중점을 두느냐에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미래에도 이 같은 우려가 AI 제품을 만들 때 다시 등장할 겁니다. 특히 윤리적 결정을 넘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AI가 나올 수 있냐’고 걱정을 하죠. 하지만 기계가 통제 밖으로 벗어난다면 제품 설계 결함일 뿐, ‘로봇들의 반란’ 같은 일은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김기윤·이해완 기자 cesc30@munhwa.com
주요뉴스
시리즈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