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큰롤 할배’로 영화 데뷔… 가수 윤수일

음악하는 ‘기러기 아빠’ 역할
어설픈듯 자연스러운 연기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초청돼
영화 OST중 1곡 직접 작곡도

‘아파트’ 등 70~80년대 풍미
20대때 영화 제안 받았지만
인기 편승한 출연 싫어 거절
“앞으론 영화에도 기여하고파”


“40년 넘게 음악생활만 꾸준히 하다가 영화제에 와서 새로운 세계를 보니 제 삶에 새바람이 붑니다.”

가수 윤수일(사진)은 스크린 데뷔작을 들고 제14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참석한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그가 비중 있는 조연으로 출연한 영화 ‘로큰롤 할배’(감독 이장희)가 올해 영화제 ‘한국 음악영화의 오늘’ 부문에 초청됐다. 지난 9일 충북 제천시 청풍호반 무대에서 열린 개막식 레드카펫을 밟은 그는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 연기에 대해 큰 기대를 안 하지만 멋진 배우와 감독, 영화음악인들을 만나니 설레며 배울 점도 많았다”고 밝혔다.

‘로큰롤 할배’는 부산 기장을 배경으로 1집 앨범을 발표한 후 돌연 해체한 밴드 레전드의 리더 건을 동경하는 젊은 뮤지션 호태(엠블랙 승호)가 중학교 동창 엘리(하은설)와 함께 멸치잡이를 하는 태수(오광록)의 할배밴드 엔초비에 합류해 새 삶을 여는 이야기를 그렸다. 윤수일은 기러기 아빠의 외로움을 음악으로 달래는 일수 역을 맡았다. 엔초비에서 베이스기타를 맡고 있는 일수는 레전드 해체의 비밀을 알고 있는 인물로, 윤수일은 어설픈 듯 자연스러운 연기로 캐릭터의 맛을 잘 살려냈다.


1977년 ‘사랑만은 않겠어요’로 데뷔해 ‘아파트’ ‘황홀한 고백’ ‘제2의 고향’ 등 수많은 히트곡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윤수일이 그동안 영화 출연 제안을 받지 않았다는 게 의아하다.

“왜 없었겠어요. 데뷔 초인 20대 때부터 10여 편 제안을 받았죠. 하지만 제 인기에 편승해 영화를 찍는 게 내키지 않았어요. 음악도 부족한 점이 많은데 연기까지 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가 부산 KNN 방송 PD로 인연을 맺은 이장희 감독의 첫 영화에 출연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카메오 정도로 알았는데 이 감독이 역할 비중을 키워서 대사량이 늘어났죠. 서툴지만 열심히 연기했어요. 촬영 당시 날씨가 추워서 좀 떨었어요(웃음).”

이 영화에는 5곡의 오리지널 OST와 김광석의 ‘나의 노래’를 록 버전으로 편곡한 노래가 나온다. OST 중 일수가 떨어져 사는 가족과 통화하며 눈물짓는 장면에서 흐르는 ‘실리 걸(Silly Girl)’은 윤수일이 작곡했다.

“이 감독이 영어 가사를 붙이자고 해서 외국 스태프와 함께 꽤 오랜 시간 걸려 만들었어요. 제 히트곡은 일상에서 스친 감정을 잡아서 빠르게 곡을 썼는데 이번엔 좀 달랐죠. ‘아파트’는 친구가 실연당한 사연을 듣고 5분 만에 만들었거든요(웃음). 일수의 외로움이 제가 경험한 감정과 닮아 있어서 감정이입을 하며 연기할 수 있었어요. 뭐 제 사생활을 장황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요.”

그는 13일 의림지 무대에서 공연을 펼친다.

“영화 OST와 제 히트곡을 부를 거예요. 영화제에 해외 영화인도 많이 와있는데 한국음악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멋진 무대를 만들려고 해요.”

올가을에 사회적 이슈를 담은 신곡을 발표할 예정인 그는 이번 출연을 계기로 앞으로 기회가 오면 적극적으로 영화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제천영화제에 와서 영화와 음악이 공존하는 걸 보며 남은 창작의 시간은 영화에도 기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음악도 하고, 직접 노래를 부르는 역할이 주어지면 연기도 해보고 싶어요. 작은 희망이 생겼죠.”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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