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선 일반도로도 운행 허용
韓은 포지티브 규제에 불법
中 등 주요국 네거티브 기본


“미국은 이미 6~7년 전부터 고속도로는 물론 일반도로까지 자율주행차가 다니도록 하고 있으나 국내는 포지티브(원칙 규제·예외 허용)에 발목이 잡혀 지금도 운행할 수 없죠.”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민간위원)는 13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가뜩이나 전문인력, 데이터 보유 수준 등이 미국, 중국 등에 비해 열악한데 규제마저 뒤떨어져 있다”면서 “이런 여건이 해결되지 않으면 우리나라가 인공지능(AI) 강국으로 도약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지난 18년 동안 AI 분야에서 한 우물을 파 온 벤처 사업가다.

이미 세계 주요 국가는 네거티브(원칙 허용·예외 금지) 방식과 포지티브 방식을 구분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규제 체계 자체가 네거티브 기반으로 돌아가고 있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혁신팀장은 “포지티브 방식은 열거된 것을 제외하고는 허용하지 않으므로 융복합·신산업 등 새로운 분야를 수용하기가 어렵다”면서 “우리나라가 신산업 분야의 국제경쟁에서 뒤처지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유 팀장은 이어 “반면, 주요 선진국의 네거티브 방식은 시장 자율과 창의를 북돋우는 혁신 친화적이므로 새로운 영역이나 새로운 상품의 출현을 기존 체계에서도 쉽게 수용할 수 있다”면서 “영국만 해도 네거티브 방식에 따라 새로 출현한 전자화폐와 크라우드 펀딩을 기존 규제체계 안에 유연하게 수용해 핀테크(금융IT) 산업 발전을 선도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일본과 독일은 근로자 파견이 금지되는 분야를 명시하고 나머지 업무는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을 취해 기업의 유연한 경영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포지티브 방식 위주의 규제로 자율주행차와 핀테크, 전자의료 등 융·복합 분야의 수용이 어려워 이들 분야의 발전이 정체된 상황이다.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중국은 개혁·개방을 하면서 일단 해 보고 부작용이 생기면 고쳐 나가는 네거티브 방식을 취해 모든 걸 시도할 수 있었다”면서 “포지티브를 고수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규제 한두 개 고쳐봐야 새 규제가 또 만들어지므로 이런 식으론 규제 개혁을 못 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조 명예교수는 특히 “특별법이나 헌법에 아예 네거티브 규제한다고 못을 박아야 규제 개혁에 성공할 것”이라면서 “별별 아이디어를 현실로 구현하는 창의 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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