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혁명의 핵심은 융·복합
산업간 경계 허물어야 가능
단일 산업별 포지티브 규제
파괴적 혁신 막는 장애물로
규제부담 세계 100위 안팎
아프리카 콩고와 비슷한 수준
문재인 정부의 규제 혁신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4차 산업혁명의 특성에 맞춰 규제에 대한 양적·질적 개혁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거세다. 기술과 산업 발전의 패러다임이 바뀐 만큼 규제의 틀을 바꾸지 못한다면 신산업에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규제로 성장 기회를 잃을 것이라는 우려다.
13일 국무조정실이 운영하는 규제정보포털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1년(2017년 5월 11일~2018년 5월 10일) 동안 기업 관련 규제 혁파는 전체 규제 개혁의 24.7%에 불과했다. 이는 창업과 일자리, 신산업 분야 네거티브(원칙 허용·예외 금지) 규제 전환 등이다. 모두 신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기업들이 줄기차게 풀어달라고 요구한 안건들이다.
기업들의 투자 의지는 정부 규제 앞에서 꺾이는 양상이다. 업계에 따르면 세계경제포럼(WEF)의 ‘정부 규제 부담’ 순위에서도 한국은 2015년 97위, 2016년 105위, 2017년 97위로 3년째 100위권 안팎을 맴돌고 있다. 정부 규제 부담은 대상국가 140개국의 국가경쟁력 순위를 판단하는 지표다. WEF에 따르면 한국 정부의 규제는 콩고 등 아프리카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규제 성적표만 따져 보면 한국은 10위권에 머무는 중국보다 한참 뒤처진 후진국이다.
이는 산업 현장에서도 그대로 재연되고 있다. 미국과 일본, 중국 등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 관련 새로운 업종을 경쟁적으로 만드는 데 반해 한국 기업들은 규제 탓에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있어서다.
특히 포지티브(원칙 규제·예외 허용) 방식에 기반한 규제의 틀은 4차 산업혁명의 특성과도 맞지 않아 신기술 발전을 저해한다는 지적이다. 4차 산업혁명에서는 모든 사물이 연결되고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져 융·복합이 일어나는 만큼 단일 산업을 전제로 칸막이 규제가 이뤄지는 포지티브 방식은 적절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에서 드론 배달은 항공법 규제, 원격 의료는 의료법 위반, 인터넷은행은 은행법 등으로 ‘반쪽짜리’ 서비스에 불과하다. 빅데이터 산업은 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법 등으로 아예 태동조차 못 하고 있다. 반면 미국과 중국 등은 데이터브로커(데이터 중개업), 안면인식, 전기차, 블록체인 등에서 새로운 시장을 일구고 있다.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혁신성장실장은 “규제정책에서 4차 산업혁명의 성패가 결정되는데, 정부 규제가 산업 간 융·복합을 가로막아 한국 기업들의 성장을 막는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을 맞아 기술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지만, 정책 방향성은 시대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규제 등 법률이 기술의 발달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만큼 규제 접근방식도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포지티브 방식으로는 파괴적 혁신을 끌어내는 신기술이 시장에 안착하거나 새로운 업종으로 창업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유 실장은 “기술이 발전하면 그에 맞춰 규제도 진화해야 하는데 아예 신기술이 싹도 못 나게 규제로 막아놓으면 성장 기회를 잃을 수밖에 없다”며 “기업들이 신기술을 개발하고 신산업을 만들 수 있도록 제도와 인프라부터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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