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운동 1주년인 1920년 만세운동을 주도한 배화여학교 출신 박양순·김경화·성혜자·소은명·안옥자·안희경(왼쪽부터) 선생이 일본 경찰에 체포돼 옥고를 치를 당시 일제의 감시대상 인물 카드에 수록된 사진.  국가보훈처 제공
3·1 운동 1주년인 1920년 만세운동을 주도한 배화여학교 출신 박양순·김경화·성혜자·소은명·안옥자·안희경(왼쪽부터) 선생이 일본 경찰에 체포돼 옥고를 치를 당시 일제의 감시대상 인물 카드에 수록된 사진. 국가보훈처 제공
- 8·15 광복절 73주년… 순국선열·애국지사 177명 훈·포장

1920년 3·1운동 재연해 옥살이
여성 포상자 14%로 역대 최고
김영랑 詩人은 건국포장 추서


배화여학교(현 배화여고)판 ‘6인의 유관순’의 독립운동이 98년 만에 빛을 보게 됐다.

국가보훈처는 제73주년 8·15 광복절을 맞아 일제의 감시 속에도 과감하게 3·1 운동을 재연한 배화여학교 학생 6인 등 177명의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를 포상한다고 13일 밝혔다. 포상 독립유공자는 건국훈장 93명(애국장 31, 애족장 62), 건국포장 26명, 대통령표창 58명 등이다. 이번 포상자 중 여성은 26명으로, 여성 독립운동가 비율(14.7%)은 역대 최고다.

3·1 운동 1주년인 1920년 3월 1일 서울 배화여학교 기숙사 뒤편 언덕과 교정에서 학생들이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다 수십 명이 일경에 검거돼 재판에 회부됐다. 이 중 김경화·박양순·성혜자·소은명·안옥자·안희경 선생 등 공적과 옥고가 확인된 6명이 포상의 영예를 안았다. 최연소자인 소은명 선생은 당시 16세였다. 보훈처는 이들의 시위에 대해 “3·1 운동 1주년을 맞아 일제가 만세 시위 재연을 우려해 서울 시내 곳곳에 철통 같은 경계 태세를 유지한 가운데 어린 여학생들이 과감하게 결행한 만세 시위”라고 평가했다.

평안남도 순천에서 대한국민회 부인향촌회(婦人鄕村會)라는 비밀결사를 조직해 독립운동 자금을 모집하고 대한민국임시정부를 후원한 최복길·김경신·김화자·옥순영·이관옥 선생 등 5명의 여성 독립운동가에게도 건국훈장이 추서된다. 단체를 이끈 최복길 선생에게 건국훈장 애족장, 나머지 4명의 회원에게 대통령 표창이 추서된다.

석주 이상룡 선생의 손부(孫婦)이자 ‘독립군의 어머니’로 불린 허은 여사와 우당 이회영 선생의 부인 이은숙 여사, 평양 숭의여학교 재학 중 황해도 신천에서 만세운동에 참여하다 체포된 뒤 당당하게 이유를 밝혀 일제 판사를 당혹스럽게 한 것으로 알려진 곽영선 선생에게도 각각 건국훈장 애족장이 추서된다.

1919년 3월 25일 고향 전남 강진군 강진면의 장날을 이용해 만세운동을 계획하고 태극기 등을 제작하다 체포돼 옥고를 치른 김영랑(본명 김윤식) 시인에게는 건국포장이 추서된다. 이 밖에 평안북도 의주 등지에서 의병으로 활약하다 순국한 계석노 선생, 평안북도 일대에서 무장 독립군으로 군자금을 모집하다 체포돼 중형을 받은 한성호 선생에게 각각 건국훈장 애국장이 추서된다.

보훈처는 “3개월로 제한되던 최소 수형·옥고 기준 폐지, 실형을 받지 않더라도 적극적인 독립운동 활용 내용이 분명하면 포상을 전향적으로 고려하는 심사 기준 개선 등에 의해 여성 독립운동가 등이 다수 발굴됐다”고 밝혔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
정충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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