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재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법학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유엔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규탄과 경제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2017년 7월 미사일 발사실험을 재개했다. 이에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8월 5일 결의 제2371호를 채택, 북한산 석탄·철광·납·수산물에 대한 교역을 금지하고, 북한 노동자의 신규 유입 금지와 북한의 외환 거래를 금지했다.

이에 더해 미국은 9월 23일 독자적으로 북한과 거래하는 미국 기업뿐만 아니라,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에 대한 금융 제재를 포함하는 대통령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이 행정명령이 발동된 배경은, 은밀하게 북한과 거래를 계속하는 중국 기업을 제재함으로써 북한에 대한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었다. 전 세계 금융 거래의 90%가 미국 달러화로 이뤄지는 현실에서, 미국 금융 시스템의 이용이 봉쇄되는 기업은 국제적 거래의 연결점을 잃게 된다.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이라는 것이다. 이 모두가 북한 정권의 핵실험과 핵탄두 보유를 문제 삼은 것이 본질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관세청은 지난 10일 수입업자 3명 및 관련 법인 3곳이 2017년 4∼10월 중 모두 7회에 걸쳐 시가 66억 원 상당, 3만5000여t의 북한산 석탄을 국내로 반입했다고 발표했다. 유엔안보리 결의가 금지하고 있는 북한산 석탄의 국내 반입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관세청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입업자들의 일탈’에 불과한 것이어서 해당 기업이나 관련 거래 은행에 대한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 적용은 가능성이 작다는 것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제재 위반 및 회피가 반복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이와 관련 관할국이 조사 등 충분한 실질적 조치를 하지 않는다는 판단이 있는 경우 적용되기 때문에 그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테러리즘·비확산·무역소위원장인 테드 포 의원이 “연루된 한국 기업에도 세컨더리 보이콧을 부과해야 한다. 예외인 나라는 없다”고 한 말은 가볍게만 들리지 않는다. 우리 정부 당국의 공식 발표가 있었음에도 미국은 침묵을 유지하고 있어, 세컨더리 보이콧에 대한 우려가 불식된 것이라고 볼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우리 기업이나 관련 금융기관이 유엔의 조치나,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 대상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그런데도 우려 섞인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안보리가 2016년 3월, 결의 제2270호를 채택해 북한 선박에 대한 선급 제공을 금지했음에도, 북한산 석탄을 반입한 샤이닝리치호가 올해 5월 한국 선급에 등록된 선박이라면 어떻게 국제사회를 설득할 것인가. 관세청의 수사 과정이 피의자와 참고인들의 진술에 크게 의존한 것으로 지적되는 점도 충분히 설명돼야 한다.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이후, ‘평화’는 정부와 국민의 가장 큰 화두가 됐다. 이를 틈타 민간기업이 국제사회가 금지하고 있는 북한과의 석탄 교역을 평화로 오인하거나, 정부가 북한과의 관계 설정에 고심하고 있는 틈에 북한산 석탄을 들여오더라도 관련 부처가 소극적일 것이라고 지레 짐작했다면, 진정한 평화를 만드는 과정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북한의 비핵화가 한반도 평화의 선결적 전제임을 잊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일체의 강압에서 벗어나 유엔의 결의로 선거가 이뤄지고, 그 선거에 의해 정부가 수립된, 가장 유엔적인 나라 대한민국이 유엔의 결의를 도외시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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