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급 배우 남의옷 같았는데
이제야 인정하고 자신감 생겨”
“제 과(科)에 맞는 배역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번에도 딱 제 과죠.”
배우 이성민(사진)이 말하는 자신의 ‘과’는 바로 평범한 소시민의 모습이다. 첫 주연작인 ‘로봇, 소리’(2015)에서는 실종된 딸을 찾아 나선 아버지의 절절한 마음을 보여줬고, ‘보안관’(2016)에서도 동네 보안관을 자처하는 전직 형사 역을 맡아 지질한 연기를 코믹하게 선보였다.
15일 개봉하는 ‘목격자’(감독 조규장)에서도 전형적인 소시민 가장을 연기했다. 그가 맡은 상훈 캐릭터는 정의감보다는 가족의 안전이 우선이고, 괜한 일에 휘말리는 걸 꺼린다. 영화는 생애 처음으로 자신의 집을 마련한 상훈이 직장 동료들과 회식을 하고 새벽에 귀가해 거실 소파에서 쉬고 있다가 여성의 비명을 듣고, 아파트 발코니로 나가 주차장 한가운데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목격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살인범 태호(곽시양)는 상훈의 아내(진경)가 거실 불을 켜는 순간 상훈과 눈이 마주치고, 손가락으로 상훈의 집 층수를 센다. 살인범이 자신을 본 것을 안 상훈은 이때부터 입을 다물고, 상훈이 사건의 목격자라는 것을 눈치챈 형사 재엽(김상호)이 상훈의 증언을 받아내기 위해 안간힘쓴다.
이성민은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독특한 형식의 스릴러를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스릴러물이나 호러물을 좋아하지 않아요. 무섭잖아요(웃음). 이 영화 개봉을 앞두고 한 번 생각해봤어요. ‘왜 스릴러 장르를 선택하지 않았을까’하고요. 스릴러가 제 과가 아니라서 마음이 가지 않았던 것 같아요. 스릴러는 특정한 공간에서 우울하고 암울한 이야기를 펼치잖아요. 특별한 직업군이 등장하고요. 근데 상훈은 딱 제 과라서 매력을 느꼈어요.”
그는 상훈이 신고를 하지 않는 상황에 대해 관객을 설득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왜 신고를 안 하지’라는 질문에 논리적이든 정서적이든, 감정적이든 공감할 수 있는 답을 주지 못하면 관객이 집중력을 잃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제작진과 많은 얘기를 나눴어요. 물 없이 고구마 먹은 것처럼 답답하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설득력을 갖추기 위해 최선을 다했어요. 잘 짜인 상황 논리를 풀어내며 관객에게 응원을 받는 입장이 되려 했죠.”
그가 주연으로 나선 ‘공작’이 현재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목격자’가 한 주 간격으로 맞붙으며 애매한 입장이 됐다.
“요즘 말이 헛나와요. ‘목격자’ 시사회 날 ‘공작’ 행사에도 참석했어요. 다행히 양쪽 관계자들이 이해해주고, 많이 응원해줘서 고마워요. 두 작품이 모두 살아남았으면 좋겠어요. 간절한 마음이에요.”
연극 무대에서 시작해 30년 넘게 연기를 하며 최근 대중에게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킨 그는 이제 ‘믿고 보는 배우’ 반열에 올랐다.
“자신감이 생긴 건 아니고, 이제 주연급 배우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순응하게 됐어요. 전에는 남의 옷을 빌려 입은 것 같았는데… 아 자신감일 수도 있겠네요(웃음). 근데 여전히 영화 개봉일이 다가오면 도망가고 싶어요. 집사람이 ‘목격자’를 보고 ‘모든 배우가 합심해서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고 말해줘서 기분이 좋아졌어요.”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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