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이 희스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겨울밤 쩡하니 익은 동치밋국을 좋아하고 얼얼한 댕추가루를 좋아하고 싱싱한 산꿩의 고기를 좋아하고 그리고 담배 내음새 탄수 내음새 또 수육을 삶는 육수국 내음새 자욱한 더북한 삿방 쩔쩔 끓는 아르?(아랫목의 평안도 방언)을 좋아하는 이것은 무엇인가.”(38쪽) 백석이 1941년 ‘문장’에 게재한 글 ‘국수’에서 평양냉면을 묘사한 부분이다.
지난 4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평양냉면’이 화제의 중심에 서긴 했지만, 평양냉면은 우리 음식 문화 가운데 스토리텔링이 가장 풍부한 솔 푸드다. 공력이 많이 들어가는 음식이지만 서민과 양반, 그리고 궁중에서 두루 즐겼고, 겨울 음식인 냉면의 문화 속에는 한겨울의 추위를 이겨내던 역설의 지혜가 담겨 있다.
‘평양냉면’(가갸날·사진)은 평양냉면에 대한 자료와 글을 엮은 책이다.
1부는 김소저와 김남천의 글로 대표되는 평양냉면을 예찬하고 자부심이 묻어나는 글이다. 작가 김소저는 조선 사람이 외국 가서 흔히 그리운 것은 김치 생각이듯이 평양 사람이 타향에 가 있을 때 문득 문득 평양을 그립게 하는 힘이 있으니 그게 바로 겨울 냉면 맛이라며 이렇게 써내려간다. “꽁꽁 언 김치죽을 두르고 살얼음이 든 진장 김칫국에다 한 젓가락 두 젓가락 풀어 먹고 우르르 떨려서 온돌방 아랫목으로 가는 맛! 평양냉면의 이 맛을 못 본 이요. 상상이 어떻소!”
2부에서는 동국세시기, 조선말기 문신의 기록, 중앙통신 기사 등을 통해 냉면의 역사를 다룬다. 냉면이 등장하는 최초의 기록부터 최근의 글까지, 냉면이 어떻게 탄생하고 이어져왔는지를 살핀다. 3부는 냉면을 다룬 문학작품을 모았다. 1917년에 발표된 유종석의 ‘냉면 한 그릇’, 이효석의 ‘유경식보’, 이태준의 ‘유령의 종로’ 등이다. 4부는 일제강점기부터 오늘에 이르는 평양냉면 기행이다. 냉면에 관해 수집할 수 있는 역사적인 이미지를 한데 보여준다. 특히 일제강점기 냉면배달부인 ‘중머리’들의 곡예를 부리는 듯한 배달 모습을 담아낸 나혜석과 안석영의 드로잉은 당시 냉면 배달이 얼마나 성업했는지를 보여준다. 사람이 압출기 위에 거꾸로 매달려 면을 뽑는 모습을 그린 조선 후기의 그림 2점도 수록돼 있다. 냉면이 왜 우리의 솔 푸드인지, 냉면이라는 음식 안에 얼마나 많은 역사와 이야기가 숨어 있는지를 드러낸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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