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 회피·저항하지 않아
자유의사 억압 증거 부족
현행법으로는 처벌 못해”
安 “죄송… 다시 태어나겠다”
비서 김지은(33) 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53) 전 충남지사에 대한 1심 판결은 지난 1월 서지현 검사가 안태근 전 검사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뒤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미투(Me Too) 운동과 관련한 첫 번째 주요 판결이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안 전 지사의 무죄 판결은 앞으로 이어질 미투 관련 재판의 바로미터가 될 가능성이 있다.
사건의 핵심인 안 전 지사가 상하 지위관계를 이용해 성폭행했는지에 대해 재판부는 무죄라고 판단했다. 차기 유력 대권 주자이자 충남지사로서 김 씨의 임면 권한을 가지고 있기에 위력에 해당할 수는 있지만, 정치적·사회적 위력을 행사하고 김 씨의 자유의사를 억압했다고 판단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재판부는 김 씨가 성인으로 성적자기결정권 행사를 하지 못하는 사람도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피해를 본 후에도 지속적으로 안 전 지사에 대한 존경을 나타냈고, 지난 2월 마지막 피해를 볼 당시 미투 운동을 상세히 알고 있었음에도 안 전 지사에게 이를 언급하거나 자리를 벗어나는 등 회피와 저항을 하지 않은 점 등을 보면 안 전 지사가 위력을 행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서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김 씨 의사에 반해 성적 자유가 침해됐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현행법의 한계를 함께 지적했다. 재판부는 “업무상 상급자에게 명시적 동의 의사가 없었고, 통상은 아니지만 나름의 거절 태도를 보였고, 피해자가 진정한 내심에 반하는 상황이어도 현행 성폭력 처벌 체계에선 범죄는 아니다”라며 “폭행 협박에 의한 위력 행사가 없더라도 처벌할 것인지, 상대방이 명시적이고 적극적인 동의 의사가 있어야 하고 이것이 아니면 처벌하는 체계 등을 도입할 것인지 여부는 입법의 문제, 정책적 문제”라고 밝혔다.
안 전 지사는 선고 후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 부끄럽다. 많은 실망을 드렸다”며 “다시 태어나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안 전 지사는 ‘김지은 씨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등 취재진의 다른 질문에는 입을 다문 채 택시를 타고 법원을 떠났다.
손우성·이희권 기자 applepi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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