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거나 말거나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지음, 최성은 옮김 / 봄날의책

1996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폴란드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1923∼2012)가 아마추어 책 애호가 입장에서 쓴 서평집이다. 저자는 서문에 “이 조각 글들은 가벼운 ‘기고문’이라 부르는 게 적절할 듯하며 ‘평론’으로 치부하는 건 아무래도 불편하다”고 썼다. “책이란 내게 삶의 중요한 일부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느긋하고 자유롭게 공상의 날개를 펼칠 수 있게 해주는 구실”이라고 밝힌 저자는 1967년부터 2002년까지 읽은 동서양 책 130여 권에 대한 세세한 소개와 함께 좋고 싫음을 분명히 나타냈다.

나관중의 ‘삼국지’와 ‘열녀 중의 열녀 춘향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폴란드어판 ‘춘향전’에 대한 평도 있다. 저자는 ‘삼국지’에 대해 “300여 명의 인물이 나오는데 몇 번이나 독파하려고 시도했지만 누가 누군지 헷갈린다”고 지적했다.

또 ‘춘향전’이 한국 고전문학의 정수 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를 열거한 후 문학의 성취 기준을 리얼리즘에 두는 사람들은 강렬한 해피엔딩에 춘향의 으깨어진 발에 대한 언급이 없어 안면근육에 경련을 일으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460쪽. 2만 원.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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