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듯하게 여행에 대한 목적과 정의를 내렸지만 어쩌면 여행을 통해 내 영혼을 더 푸르게 증식시키고 싶은 욕망이 먼저일지 모른다. 여행 물품을 챙기면서 가장 먼저 국내 K-팝 한류 아이돌의 사인 CD부터 넣었다. 이 같은 버릇은 몇 년 전 태국 골프장을 다녀오면서부터 생겼다. 해외에 나가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정도로 음악을 틀고 라운드를 한다. 그런데 이제는 태국 캐디들이 K-팝을 너무 잘 알아 함께 따라 부른다. 마침 갖고 있던 BTS, VIXX 사인 CD를 캐디에게 선물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사인 CD를 받지 못한 또 다른 캐디가 VIXX 광팬이라며 울먹인다. 한국에 돌아와서 태국 골프장 캐디에게 사인 CD를 보냈지만 1개월 후 되돌아 왔다. 외국에서 보낸 CD 제품에 세금이 붙어 그 좋아하는 CD를 되돌려 보낸 것이다. 다시 그 골프장을 갈 기회가 있기에 잘 보관했다가 현지 골프장 매니저에게 전달해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다. 여행이 아니었다면 내겐 이런 버릇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인간은 애초부터 떠나고자 했고 그 욕망이 전 세계 곳곳의 다양한 민족으로 살게 했다. 나와 같은 것, 나와 다른 것을 찾아다니고 또 그것을 통해 위로받는 것이 여행이다. 무엇을 채우러 가는 것이 아니라 다 비우고 오는 것에 진정한 여행의 참뜻이 있다. 탈무드에 인간의 가치는 어떻게 쉬느냐에 달려 있다고 정의했다. 그래서 유럽에서는 학생들에게 ‘갭이어(Gap Year)’를 권한다. 학업과 직장을 잠시 중단하거나 병행하는 등 삶에 쉼표를 주면서 여행, 봉사, 창업, 진로 탐색을 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국내에서도 스테이케이션(stay+vacation) 족이 늘고 있다. 머무르면서 골프도 하고 아주 천천히 자연을 즐기자는 것이다.
여행하지 않았다면 별것 아니었을 테고, 그들에게 작은 것을 나누고자 하지 않았다면 현지에서 열광하는 이들의 한류를 몰랐을 것이다. 올 5월 서원밸리 골프장에서 열린 그린콘서트에 해외에서만 4000명이 다녀갔다. K-팝 아이돌 워너원을 보기 위해, 단 몇 분의 공연을 보기 위해 3일 전부터 찾아와 기다렸다. 이들 역시 과감하게 한국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K-팝을 통해 자신의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왜 떠날까. 조지 무어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은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을 찾아 여행하고, 집에 돌아와 그것을 발견한다고.’ 이번 여행에서도 가져간 K-팝 사인 CD를 좋아해 줄 한류 팬을 만났으면 좋겠다.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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