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는 어디에서 달려야 하나
인도가 아닌 차도가 맞는 답이다
유럽 대도시에서는 자전거 대우
교통 신호등도 자동차보다 우선
종로 자전거 전용도로 반갑지만
시민들이 귀찮아하지 않았으면…
“전용도로가 없으면 자전거는 어디에서 달려야 할까요? 인도? 차도?”
주위 사람들에게 가끔 해 보는 질문이다. ‘인도’라는 대답을 거의 매번 듣는다. 틀렸다. 차도에서 타야 한다. 대답한 그들 모두 자동차 운전면허 시험을 통과한 평범한 시민들이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은 차도에 들어온 자전거를 걱정하거나 성가셔하거나 때로는 증오하고 있다.
자동차 운전자들의 인터넷 사이트들에는 ‘자라니’(고라니처럼 불쑥 나타나는 자전거 운전자)들을 비난하는 글과 동영상들이 수시로 올라오고, 그들 나름의 정의 구현을 하겠다고 자전거에 위협 운전하는 동영상이 올라오기도 한다. 그깟 바퀴벌레들 밀어버리지 그랬냐는 댓글도 많다. 왜 이렇게 증오하게 됐을까? 간단하다. 함께 살아가는 기술을 가르치고 배우지 않기 때문이다. 나 혼자 앞서가겠다는 기술을 가르치고 배운다. 유치원에서 백만 단위 산수와 중학 수준의 영어는 배우지만 우리 사회에 정말 필요한 ‘함께 살아가는 기술’은 배우지 못한다.
독일에서는 모든 초등학생이 자전거 운전 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딴다. 교육 내용에는 단순히 자전거 운전 기술뿐만 아니라, 도로를 합법적으로 안전하게 공유하는 방법이 포함돼 있다. 그리고 그들이 어른이 돼 자동차를 운전할 땐 자전거들의 행동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자전거 관련 사고율이 아주 낮다. 물론 나와 내 아이들도 자전거를 탄다는 정서적 요소도 사고율을 낮추고 있을 것이다. 독일뿐 아니라 많은 선진국이 그러하다. 우리는 어떠한가? 넘어지지 않고 앞으로 갈 수만 있으면 자전거를 타고 길거리로 나서고, 자전거와 도로를 공유해야 한다는 것도 모르는 자동차들은 그들을 증오하고 위협한다.
최근 서울 종로에 자전거 전용도로가 생겼다. 그리고 내년에는 서울 도심 주요 도로의 폭을 4차로 이하로 줄이고 자전거도로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한다.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그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절망적이다. 다시 후진국을 만들 셈이냐는 반대 의견이 많다. 자전거가 후진국의 교통수단? 아니다. 가장 선진적인 개인 교통수단이 자전거라는 사실을 유럽의 많은 선진국이 입증해준다.
유럽 주요 대도시들의 도로와 자전거 교통 환경에 대해 최근 시간을 내어 살펴본 일이 있다. 국회의원이나 공무원이 아니어서 이런 일로 출장을 가지는 못 하고, 구글어스로 열 개 넘는 유럽의 도시를 서너 시간 동안 방문해 봤다.
암스테르담과 코펜하겐 등 몇 개 도시들은 먼저 자전거도로를 만들고 나서, 남는 공간에 차도를 만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베를린과 런던 등 다른 도시들도 대동소이하다. 런던을 방문해 보자. 교차로의 자동차 정지선 앞 몇 미터의 공간을 자전거 대기 공간으로 그려 놓았다. 그래서 교통 신호등에 맞춰 자전거부터 좌회전, 직진, 우회전을 선택해서 출발하고, 그 후에 자동차가 출발하는 방식이다. 자전거도로가 유별나 보이지도 않는다. 거의 어디에나 있으므로 일반적인 교통시설이라고 여기게 돼 있다.
종로에 새로 생긴 자전거 전용도로가 반가우면서도 한편 걱정도 된다. 비행기 활주로처럼 줄지어 바닥에 심어진 LED 유도등들이 멋지긴 한데, 전국의 모든 자전거도로에 똑같은 시설을 할 수 없다면 차라리 하지 않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자전거 전용도로= LED 유도등’이라는 그릇된 인식이 생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인도에 설치된, 무늬만 자전거도로인 곳이 너무 많다. 통계 수치에만 잡히고 실제로는 자전거를 타고 다닐 수 없는 곳들인데 이 역시, 자전거는 인도에서 타는 것이라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가능성이 크다.
다시 컴퓨터 화면으로 돌아와, 눈을 낮추어 스트리트뷰로 내려가 보자. 유럽의 시내 곳곳에는 실용적인 자전거 보관소들이 있다. 서울의 경우 자전거 앞바퀴만 채울 수 있는 보관대들이 대부분이어서 잃어버려도 될 자전거 외에는 묶어둘 수가 없다. 그래서 자전거 거치대는 버려진 자전거들과 외로운 앞바퀴들에 점령돼 있다. 자전거 바퀴가 쉽게 분리될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어느 디자이너의 설계를, 자전거를 타지 않는 어느 공무원이 채택했기 때문일까.
우리나라의 자전거 수송 분담률은 2% 정도인데, 그것을 10%로 높이면 20조 원의 경제적 효과가 있다고 한다. 필자가 질문해 본 일반 시민들의 인식은 ‘자전거= 레저’였다. 한강공원이나 4대강 자전거도로에 갈 일이지, 자동차만 다녀도 복잡한 길바닥에 왜 자전거까지 들어와서 혼잡을 가중시키느냐는 생각들을 하고 있었다.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여기지 않는 평범한 시민들의 의식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독일처럼 자동차와 자전거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필수적으로 교육한다면, 그 초등학생들이 자라서 자동차 운전면허를 딸 때쯤에는 우리도 조금 더 안전한 선진국으로 바뀌어 있지 않을까?
아프리카 대초원, 동물의 왕국, 평화롭게 풀을 뜯던 임팔라들이 갑자기 나타난 사자에게 쫓기다가 무리 가운데 힘이 약한 한두 마리를 사자의 먹이로 내어주고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풀을 뜯는 모습…, 텔레비전에서 많이들 봤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매일 10명 이상의 국민이 사자에게 잡아먹힌다고 해도 우리는 태연하게 지금처럼 살 수 있을까? 전염병으로 몇 명만 죽어도 나라가 망할 것처럼 걱정하면서, 하루 평균 11명이나 되는 사람이 각종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고 있는데도 ‘함께 살아가는 기술’을 가르치지 않는 사회가 과연 정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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