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단원 “9년간 갑질 시달려”
5월 문제제기했지만 해결안돼
지목된 가해자 “사실과 다르다”
“지난 9년간 인격 무시 및 성희롱성 외모 비하 발언에 고통받았습니다.”
국립국악원 무용단 단원인 A 씨는 14일 문화일보와 만나 자신의 피해 사실을 이같이 진술했다. 피해사실확인서까지 작성한 A 씨는 “감정적 대처가 아니라 정확한 사실만을 말하려 한다”며 “그래서 차분히 명명백백하게 지난 9년 동안 벌어진 일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무용단에서의 위계에 의한 갑질 및 외모 비하 등 인권 탄압 사태는 지난 5월 25일 단원 노동복지협의회(노복협)가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수면 위로 올라왔다. 단원들의 호소문과 피해사실확인서를 국악원 기획관리과에 전달하고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달라는 요구가 이뤄지지 않자, 무용단원들은 지난 11일 서울 광화문으로 나와 집회를 시작했다.
A 씨는 “(2010년 4월경) 남자 단원도 있는 상황에서 “너 지금 임신했니”라고 엉덩이 쪽을 향해 삿대질을 했고, 지난해 8월에는 공연 리허설이 끝난 후 “가슴이 왜 이렇게 처졌지?” “뛸 때 덜렁덜렁거린다”며 성적 수치감이 드는 발언을 했다”며 “염색한 단원들에게 ‘노란 대가리’라고 부르는 등 지난 9년간 지속적인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노복협 측은 A 씨는 지속적이고 다양한 형태의 괴롭힘을 당했고, A 씨의 일기장에도 상세히 당시의 상황 내용과 감정이 기록됐다고 전했다. 이 외에 피해사실확인서를 통해 여러 단원의 구체적 피해 사례를 밝히고 목격자와 증언자를 제시했다. A 씨와 동석한 정현도 전 노복협 회장이자 현 연주단노동조합설립준비위원회장은 “그동안 이런 사례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지 못한 것을 반성하면서 똑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목소리를 내게 됐다”며 “내가 후배 때 당했으니, 내 후배들도 당해야 한다는 식의 관례를 깨야 한다”고 토로했다.
노복협이 지목한 가해자는 2016년부터 29개월째 감독 대행업무를 보고 있는 최모 씨와 보직 단원이자 안무가인 양모 씨다. 무용단원과 관련된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몇몇 단원을 배제시키고, “임신했니?”와 같은 폭언을 했다는 주장에 대해 두 사람은 16일 문화일보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피해자들의 주장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지도 과정 중 하나였으며, 사실관계가 다르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최 씨는 “춤은 ‘보여지는 예술’이기 때문에 외모 비교를 할 수도 있고, 자기 관리 차원에서 이야기한 것이지 비하 의도는 아니었다”며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각자 (역량에) 맞는 역할과 횟수를 맞춰주려고 노력했고 이런 과정을 그래프 등으로 만들어놨다”고 말했다.
양 씨 역시 “무용단은 임신 사실을 알리면 휴직해야 해서 묻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고, 9년 전 단원의 몸 관리가 안 돼 관리 요청을 했을 뿐”이라며 “지도 과정에서 나온 표현을 앞뒤 정황을 뺀 채 언어폭력, 인권폭력, 직권남용 등 자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 감사담당관실은 16일부터 조사를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또 다시 서면조사를 실시하려 하자 일부 단원이 “대면 조사를 원한다”며 거부 의사를 표해 이번 주 조사가 재개될 예정이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5월 문제제기했지만 해결안돼
지목된 가해자 “사실과 다르다”
“지난 9년간 인격 무시 및 성희롱성 외모 비하 발언에 고통받았습니다.”
국립국악원 무용단 단원인 A 씨는 14일 문화일보와 만나 자신의 피해 사실을 이같이 진술했다. 피해사실확인서까지 작성한 A 씨는 “감정적 대처가 아니라 정확한 사실만을 말하려 한다”며 “그래서 차분히 명명백백하게 지난 9년 동안 벌어진 일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무용단에서의 위계에 의한 갑질 및 외모 비하 등 인권 탄압 사태는 지난 5월 25일 단원 노동복지협의회(노복협)가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수면 위로 올라왔다. 단원들의 호소문과 피해사실확인서를 국악원 기획관리과에 전달하고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달라는 요구가 이뤄지지 않자, 무용단원들은 지난 11일 서울 광화문으로 나와 집회를 시작했다.
A 씨는 “(2010년 4월경) 남자 단원도 있는 상황에서 “너 지금 임신했니”라고 엉덩이 쪽을 향해 삿대질을 했고, 지난해 8월에는 공연 리허설이 끝난 후 “가슴이 왜 이렇게 처졌지?” “뛸 때 덜렁덜렁거린다”며 성적 수치감이 드는 발언을 했다”며 “염색한 단원들에게 ‘노란 대가리’라고 부르는 등 지난 9년간 지속적인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노복협 측은 A 씨는 지속적이고 다양한 형태의 괴롭힘을 당했고, A 씨의 일기장에도 상세히 당시의 상황 내용과 감정이 기록됐다고 전했다. 이 외에 피해사실확인서를 통해 여러 단원의 구체적 피해 사례를 밝히고 목격자와 증언자를 제시했다. A 씨와 동석한 정현도 전 노복협 회장이자 현 연주단노동조합설립준비위원회장은 “그동안 이런 사례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지 못한 것을 반성하면서 똑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목소리를 내게 됐다”며 “내가 후배 때 당했으니, 내 후배들도 당해야 한다는 식의 관례를 깨야 한다”고 토로했다.
노복협이 지목한 가해자는 2016년부터 29개월째 감독 대행업무를 보고 있는 최모 씨와 보직 단원이자 안무가인 양모 씨다. 무용단원과 관련된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몇몇 단원을 배제시키고, “임신했니?”와 같은 폭언을 했다는 주장에 대해 두 사람은 16일 문화일보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피해자들의 주장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지도 과정 중 하나였으며, 사실관계가 다르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최 씨는 “춤은 ‘보여지는 예술’이기 때문에 외모 비교를 할 수도 있고, 자기 관리 차원에서 이야기한 것이지 비하 의도는 아니었다”며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각자 (역량에) 맞는 역할과 횟수를 맞춰주려고 노력했고 이런 과정을 그래프 등으로 만들어놨다”고 말했다.
양 씨 역시 “무용단은 임신 사실을 알리면 휴직해야 해서 묻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고, 9년 전 단원의 몸 관리가 안 돼 관리 요청을 했을 뿐”이라며 “지도 과정에서 나온 표현을 앞뒤 정황을 뺀 채 언어폭력, 인권폭력, 직권남용 등 자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 감사담당관실은 16일부터 조사를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또 다시 서면조사를 실시하려 하자 일부 단원이 “대면 조사를 원한다”며 거부 의사를 표해 이번 주 조사가 재개될 예정이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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