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비서 김지은(33) 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던 안희정(53) 전 충남지사에게 내려진 무죄 판결이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서울서부지검 관계자는 20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법원의 판단은 존중하지만,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공소 사실을 입증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 11부(부장 조병구)는 지난 14일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안 전 지사에게 “피해자의 저항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물리적인 강제력, 위력이 행사된 구체적 증거는 보이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무죄 판결이 나온 직후 입장문을 내고 “피해자는 피해 사실을 일관되게 진술했고 피고인의 요구에 거부 의사를 표시하였을 뿐 아니라 피해 사실을 여러 사람에게 호소하는 등 인적·물적 증거에 의해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됨에도 법원은 달리 판단했다”며 반발했다.

검찰이 항소함에 따라 법리적 쟁점에 대한 판단은 2심 재판이 진행되는 서울고등법원으로 넘어갔다. 2심에서도 1심과 마찬가지로 안 전 지사가 상하 지위관계를 이용해 성폭행했는지에 대한 공방이 핵심이 될 전망이다. 1심에선 차기 유력 대권 주자이자 충남지사로서 김 씨의 임면 권한을 가지고 있기에 위력에 해당할 수는 있지만, 정치적·사회적 위력을 행사하고 김 씨의 자유의사를 억압했다고 판단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법조계에선 1심이 좁게 인정한 위력의 범위를 넓게 인정받을 수 있도록 검찰이 사실관계 입증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114쪽에 달하는 판결문 전문이 공개된 후 1심 재판부는 역풍을 맞고 있다. 특히 여성계에선 판결문 전문이 공개되자 ‘선별적 재판 공개’로 인해 김 씨를 향한 2차 가해가 발생했다는 점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크다. 안희정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안 전 지사 측이 제출한 증인들 목록을 살펴보면 김 씨와 관련한 예민한 얘기들이 그대로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예상할 수 있었다”면서 “재판부는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고, 이는 김 씨에 대한 2차 가해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여성계에선 판결문 전문 공개로 재판부의 ‘편파재판’의 민낯이 드러났다며 항의 집회 수위를 더욱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법조계 일각에선 재판의 공개 여부는 재판부의 고유 권한이기에 여성계의 주장이 월권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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