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청천은 강직하고 청렴한 관직 생활로 사후에까지 칭송받았다. 그의 명성이 높아지자 사후에 그를 주인공으로 한 많은 작품이 쏟아져 나왔고 대중의 마음에 자리 잡았다. 아마도 포청천 같은 청렴한 관리를 바라는, 그런 영웅을 바라는 민중의 염원이 함께 만들어낸 전설이기도 하다. 전설 속 포청천은 신분과 빈부를 떠나 판결을 내리고, 심지어 황실 가족까지 처형하는 엄격함을 보여주었다. 한마디로 강자에 강하고, 약자에 약한 전형적인 민중 영웅의 형상이다.
한국에서는 1994년 KBS2에서 방송한 대만 드라마 ‘판관 포청천’을 통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다. 당시 포청천에 등장하는 소품인 ‘개작두’마저 유명했다. 개작두는 포청천이 악인을 판결하고 그 자리에서 목을 날려버릴 때 사용하던, 시청자들에게 통쾌함을 안겨주던 거대한 작두를 말한다. 어찌 보면 매우 잔인한 방법이고, 단 한 번의 판결에 사형까지 집행한다는 우려를 줄 수 있지만, 그 통쾌함은 시청자들에게 만족을 준다. 당시 포청천이 인기를 끌자 많은 정치인이 이를 따라 했다고 한다.
포청천처럼 재판과 관련된 사건을 이야기로 엮은 고전소설이 있다. 이를 송사소설(訟事小說) 혹은 공안소설(公案小說)이라고 한다. 일반적인 내용은 유능한 관장이 등장해 범죄사실을 듣고 올바르게 처리함으로써 원통한 경우를 당한 주인공을 구제한다는 내용이다. 포청천이 유능한 관장의 대표라고 하겠다. 중국에서는 16세기 후반에 매우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이런 종류의 고전소설이 유행했다. 조선시대 정조 임금 때 편찬된 ‘심리록(審理錄)’이란 책이 있는데, 조선 후기 정조 연간의 각종 범죄인에 대한 판례집이다. 당시의 각종 사건을 기록하고 있다. 대중에게 익숙한 정약용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사건을 해결하기도 한다. 다재다능했던 정약용이었기 때문에 소설의 주인공으로도 손색이 없다 하겠다.
공안소설은 서양의 추리소설과 비슷한 형식이다. 물론 억울한 사건을 풀어내는 방식이 추리소설과 같은 확실한 증거나 엄밀한 추리보다는 인정과 도리에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추리소설의 형식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 역사가 짧지 않은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대중에게 재판은 언제나 겁나고 낯선 사건이다. 또 어렵고 힘든 일이다. 그러다 보니 공정한 영웅이 등장해 사건을 해결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생긴다. 그런 소망이 포청천의 인기나 공안소설의 유행 등으로 표출된 것이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공안소설의 시대적 한계는 언제나 황제는 올바르게 그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왕조시대다 보니 왕을 욕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는 반역이니 말이다. 하지만 모든 문제의 시작은 결국 언제나 황제였다. 시대가 바뀌었다고 하나 민초는 여전히 권력을 동경하고 무서워한다. 그 권력이 황제에게서 나오든 국민에게서 나오든 민초에게는 멀고 먼 존재다. 최근 한국에서는 재판과 관련, 사법부에 대한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매우 위험한 신호다.
한양대 인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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