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아는 와이프’

처음엔 남편 판타지 같았다. 케이블채널 tvN ‘아는 와이프’는 은행 대리 차주혁(지성)이 과거로 돌아가 첫사랑과 맺어지는 내용이다. 차주혁은 원래 서우진(한지민)과 결혼했다. 서우진은 부스스한 파마머리에 화장기 없는 얼굴로 분노조절장애라도 있는 것처럼 언제나 차주혁에게 화를 내는 부인이었다. 밤늦게 돌아온 차주혁에게 밥도 차려주지 않고, 그의 게임기를 욕조 속에 담가버릴 만큼 남편에게 적대적이었다. 그런 부인의 잔소리 지옥에서 살던 차주혁은 우연히 과거의 첫사랑이며 너무나 청순했던 이혜원(강한나)을 만난 후 회한에 빠진다.

그때 신비로운 일이 벌어져 과거로 돌아가게 되고 운명을 바꾼다. 현재의 부인인 서우진은 남이 되고, 첫사랑 이혜원과 가정을 이루게 된 것이다. 이혜원은 재벌의 딸로 결혼 후에도 우아함을 잃지 않는다. 차우진은 이제 집에서 느긋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처가의 원조 덕분에 좋은 집과 차를 누리고, 직장에서도 우대받는 금수저 인생이다. 이러니 운명을 바꾸고 싶은 남편들의 판타지 같았던 것이다.

그런데 남편을 위한 판타지라고 하기엔 차주혁 캐릭터가 너무나 비호감이다. 결혼에 대한 운명을 바꾸는 것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해도, 자식을 없애버리는 건 너무했다. 서우진과의 사이에 아이가 있었는데 결혼 상대자가 바뀌면서 아이까지 지워진 것이다. 그런데도 차주혁은 잠시 눈물만 흘릴 뿐 이내 새로운 부인과의 삶을 즐긴다. 그야말로 이기적인 비호감 캐릭터다.

이 밖에도 차주혁은 지속적으로 ‘찌질’하게 묘사된다. 서우진과 결혼했을 때나, 이혜원과 결혼했을 때나, 항상 집밥에 매달린다. 부인을 밥을 차려주는 존재 정도로 여기는 것이다. 더군다나 서우진과는 맞벌이 부부였다. 같이 버는데 집안일과 육아는 서우진이 혼자 다 했다. 그 상황에서 밥타령을 한 것이다. 자기 게임기를 사기 위해 회사 일을 소홀히 하기도 하고, 부인에게 너무나 힘든 일이 닥쳤는데 그것도 모르고 그저 자기 힘든 것만 생각하며 게임에 몰두하기도 했다. 이혜원하고 결혼했을 때는, 이혜원이 모든 경제적 지원을 다 해주는 대신 집안일엔 세심하지 않은 것인데 그걸 못 참고 또 밥타령을 한다. 자기 부모를 불시에 모셔와 며느리인 이혜원을 당황하게 하고 잔소리를 듣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면서 시부모를 살뜰히 모시지 않는 이혜원을 원망한다. 누가 부인이라도 불평만 늘어놓는 찌질한 남편이다. 심지어 자신은 이미 운명을 바꿔서 새 가정을 꾸렸으면서도 서우진에 대한 미련이 남아서 그녀 주위를 맴돈다. 차주혁에 대한 비난이 폭발했다.

알고 보니 부인 판타지였다. 집안일에, 육아에, 사회활동에, 일에 치여 자신을 꾸미지도 못하고 성격만 나빠지는 부인들. 그런 부인을 경원시하는 이기적인 남편. 그런 남편들의 철없음을 폭로하고, ‘어디 우아한 첫사랑과 결혼해봐라. 퍽도 행복하겠다’면서 조롱한다. ‘부인을 괴물로 만든 건 바로 남편’이라는 걸 만방에 고한다. 우아한 첫사랑은 결국 바람을 피우면서 남편을 우습게 만든다. 조강지처가 최고니 다른 생각하지 말라는 엄포. 부인들의 속을 시원하게 풀어주기 위해 남편 역할의 지성은 찌질하게 망가져야 했다. 이런 부인 판타지는 적중했다. 동시간대 1, 2위를 다툰다. 역시 주부들의 지지가 시청률의 절대공식이다.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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