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동 경제산업부 차장

현재 경제계에서 가장 관심 있는 이슈를 고르라고 하면,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다툼에서 누가 이길까?’가 반드시 나올 것이다. 두 사람의 갈등이 외부에 처음 공개된 것은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과 가계 소득에 미친 영향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5월 청와대에서 개최한 가계소득동향 점검회의에서 김 부총리는 “올해 1분기 소득 하위 20%(1분위) 소득이 감소한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최저임금 인상 등의 영향이 있을 수도 있으므로 열린 마음으로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청와대 참모들과 노동조합·시민단체 출신 장관들에게 ‘집단 반박’을 당했다. 당시 김 부총리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한 세력의 핵심으로 장 실장이 지목된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그 뒤 김 부총리가 8월 6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진보 매체가 “청와대가 김 부총리의 삼성 방문과 관련해 정부가 재벌에 투자·고용을 구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하면서 두 사람의 갈등설은 다시 불거졌다. 청와대는 부인했지만, 세종 관가(官街)에서는 “경제부총리에게 이런 말을 할 만한 청와대 참모는 장 실장밖에 없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8월 9일에는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이 “청와대와 정부 내 갈등설이 있는데 당사자 중 한 명과 짧게 조우했다”며 “(그가) ‘대통령 말도 안 듣는다’ ‘자료도 안 내놓는다’ ‘조직적 저항에 들어간 것 같다’ ‘말을 할 수 없는 위치라 답답하다’고 말했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청와대는 부인했지만, 경제계에서는 발언 당사자로 다시 장 실장을 지목했다.

8월 19일 국회에서 열린 ‘고용상황 관련 당·정·청 회의’에서도 김 부총리와 장 실장은 ‘딴소리’를 했다. 김 부총리는 “그동안 추진해왔던 경제 정책에 대해 효과를 되짚어보고, 필요한 경우에는 관계 부처 및 당과 협의해 개선, 수정하는 방안이 있다면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 실장은 “송구스러운 마음으로 감히 말씀드린다”며 “정부를 믿고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출범 초기에도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이정우 청와대 정책실장은 사사건건 충돌했다. 두 사람도 당시 관료파와 개혁파를 대표했다. 노무현 정부 출범 1년쯤 후 이 실장이 먼저 장기 과제를 담당하는 정책기획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김 부총리도 정치권으로 떠났다. 진보 대통령은 관료파와 개혁파 중에서 어느 한쪽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주기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김동연 부총리와 장하성 실장은 한 수레의 두 바퀴다. 한 명이 떠나면, 대통령으로서는 다른 한 명도 시간문제일 뿐 결국 떠나보낼 수밖에 없다.

김 부총리와 장 실장은 한국 경제의 성숙한 발전과 국민 생활 안정이라는 큰 목표를 위해 협력해야 한다. 단, 협력의 전제는 막연한 이상론이 아니라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자세로 한국 경제와 국민의 삶을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번이 두 사람 모두에게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haedong@
조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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